쌍용자동차가 파산의 기로에 서면서 1,300여개 협력업체도 연쇄 도산위기에 놓였지만 여야 지도부는 공식적인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한 채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
해당 국회 상임위인 지식경제위원회 외에 금융ㆍ노동ㆍ재정 분야의 다른 상임위들은 관련 논의조차 벌이지 않아 여야 정치권이 실물 경제위기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은 12일 오전 총리공관에서 고위당정회의를 열 계획이지만 쌍용차 사태에 따른 후속 대책은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최경환 한나라당 수석정조위원장은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일 고위당정에서는 설 물가 대책에 관한 내용이 주요 의제로 돼 있고 쌍용차 등에 대해서는 안건이 올라가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당내에 경제종합상황실을 만드는 것을 고위당정에서 논의할 수는 있지만 그것 역시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야당인 민주당 지도부 역시 쌍용차에 대해 선제적 대응책 마련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르면 이번주 중 당 차원의 '경제위기 극복 및 일자리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 인선을 확정하는 정도지만 이 역시 긴급 현안인 쌍용차 문제는 구체적인 실태 파악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것은 우선 쌍용차 대주주가 외국계인 중국업체인데다가 강성노조가 사태악화를 부채질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우리 산업계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자율적인 구조조정과 노사화합을 이뤄 명분이 서야 한다"며 "그러나 쌍용차는 대주주인 상하이자동차가 상습적인 투자약속 지연에다 기술유출 의혹을 사고 있고 노조는 강성투쟁으로 일관해 여당이 나서기 난감하다"고 정치적 부담감을 토로했다.
민주당은 새해 예산안 처리와 입법 전쟁 과정에서 정부ㆍ여당이 신뢰를 깼다고 판단, 상호 믿음이 복원되기 전에는 쌍용차 문제 등 경제난 해법모색의 초당적 협력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박병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경제위기의) 실상을 정확히 알리고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해야 하는데 자꾸 편법으로 (땜질식 경제대책을 실행)하려고 한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쌍용차 사태는 자칫 중소기업 연쇄도산, 실업사태 확산 등을 초래하며 실물경제위기 확산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 만큼 여야가 정치적 입장차를 넘어서 초당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지경위는 13일과 14일 각각 쌍용차 협렵업체 간담회, 지식경제부 현안보고 청취(지경위 전체회의) 등의 일정을 잡으며 해법모색을 위해 나서고 있다. 지경위원장인 정장선 민주당 의원은 "쌍용차 문제는 경영진과 노조 모두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협력업체들의 도산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며 "간담회 등을 통해 당장 협력업체 지원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