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중국이 몰려온다] <3> '팍스 시니카' 시작됐다

잇단 M&A…세계경제 슈퍼파워 부상<br>해외 기술기업 인수후 中브랜드 세계화에 올인<br>글로벌지사 관리위해 '팍스 로마나' 벤치마킹도<br>세계시장 점유율 수직상승, 한국과 격차 더 벌려







베이징 동북쪽의 상디(上地)지구. 중국 유수의 IT기업들이 대거 입주해 있어 ‘차이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곳이다. 상디우제(上地五街)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6층짜리 레노버건물이 나타난다. 이 곳에 가면 외벽에 내걸린 ‘LENOVO 聯想’이라는 블루 톤의 로고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직원들의 표정은 자신감에 차 있다. 이 회사의 한 직원은 “레노버는 글로벌 지사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로마제국의 통치방식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회사소개를 했다. ◇‘팍스 로마나(Pax Romana)’벤치마킹= 지난 2004년말 레노버가 IBM의 PC부문 인수 계약서에 사인하자 “걸음마를 갓 뗀 중국기업이 미국 거대기업을 삼켰다”며 세계가 경악했다. 그리고 레노버는 이듬해 5월 인수작업을 마무리 지으면서 글로벌 헤드쿼터(본사)를 미국 뉴욕 퍼체이스에 두기로 확정,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레노버가 본사를 뉴욕에 둔 것은 두 말할 나위 없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실사구시(實事求是)적인 판단이었다. 중국기업들이 ‘글로벌화’를 화두로 힘차게 뛰고 있다. 주요한 글로벌 성장동력은 대외합작을 통한 외형확대다. 20년전 직원 10명으로 조립PC를 팔던 레노보는 IBM 인수를 통해 2만명이 넘는 대식구를 거느린 초대형 기업으로 부상했다. 또 중국 최대가전업체인 하이얼은 지속적인 M&A를 통해 가전제품ㆍ노트북 등 총 96개 품목ㆍ1만5,100개 제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고, 영세 소형카세트 제조업체였던 TCL은 슈나이더ㆍ알카텔ㆍ톰슨 등과의 합작을 거치며 연매출 517억위안(약 6조2,000억원) 규모의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레노버의 경우처럼 후발 산업국가인 중국은 글로벌전략에서도 해외 글로벌업체 인수를 통해 경영노하우와 기술을 단숨에 획득하는 ‘압축성장’을 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중국TFT 이종성 팀장은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지난 20년간 외국기업 유치를 통한 외형성장에 만족해 왔으나 이젠 중국국적의 글로벌 기업 육성이 화두로 떠올랐다”며 “원천기술과 글로벌 경영노하우를 가진 해외기업을 인수해 중국 것으로 만드는데 총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기업들은 ‘브랜드 세계화’에 올인하는 양상이다. 레노버가 글로벌화를 위해 ‘레전드(Legend)’라는 기존의 제품 브랜드와 상호를 과감하게 버린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브랜드 세계화’를 위한 중국정부의 뒷받침도 강력하다. 자신광(賈新光) 중국자동차공업자문발전회사 수석분석가는 “중국 자동차산업의 수준은 세계 최고의 수준에 도달해 있으나 외국브랜드 일색인 것이 문제”라며 “중국의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중국-외국 합작기업에게 ‘중국 브랜드’를 쓰도록 적극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팍스 시니카(Pax Sinica)’연다= 중국이 세계 경제무대의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비즈니스무대에서 강력한 전사(戰士)로 등장했다. 무역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기업들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995년 이후 2.7%수준에서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는 반면 중국기업들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995년 2.8%에서 2004년 6.4%로 수직상승 해 우리와 격차를 점점 크게 벌리고 있다. 자신광 수석분석가는 “중국자동차 산업은 이미 세계최고 기업보다 120% 수준에 도달해 있다”며 “중국은 최첨단 생산설비와 기술을 갖고 있는 만큼 성장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자동차 산업이 위협적인 상대로 떠오를 것이라는 ‘예상’은 이제 ‘확신’이 되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자동차 내수판매는 2004년 507만대에서 2010년 1,050만대로 늘어나고 2015년 1,513만대에 이르고 자동차 생산능력은 2004년 832만대에서 10년 후면 2배를 넘는 1,81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 중국산 자동차 수출은 2004년 13만대 수준에 불과했으나 2010년엔 10배인 132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중국의 위협은 ‘산업의 기초체력’이라고 할 수 있는 부품소재부문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컴퓨터ㆍ전자부품, 섬유소재 등 7대 부품ㆍ소재 산업에서 4개 분야에서 중국이 우리나라를 추월했으며, 전체 시장 점유율 역시 우리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996년 우리나라는 7대 분야에서 6개 분야에서 앞섰지만 불과 7년만에 역전된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박승호 삼성경제연구연구원 중국연구센터 소장은 “지금 당장은 중국의 위협을 현실로 절감할 정도는 아니지만 머지 않아 깜짝 놀랄만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팍스 시니카’가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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