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전자-SDS 합병·3남매간 계열분리는 풀어야 할 과제

■ 정점에 온 삼성 지배구조 재편 < 하 >

JY, 금산법 개정땐 의결권 제약… SDS와 합병, 전자지분 확대 예상

전자·금융-이재용 유통-이부진 등 장기적으로 LG-GS식 분리 가능성

중공업-엔지 합병 재추진도 관심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선언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사실상 8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합병에 따라 그룹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됐고 복잡했던 순환출자 고리도 상당히 단순해져 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무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 '대관식'까지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먼저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 문제다. 이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이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한 삼성물산을 흡수 합병하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의 지분(3.38%)과 자신의 지분(0.57%)까지 모두 더해 8%대까지 상승하게 된다. 시가총액이 200조원을 넘기는 삼성전자의 규모를 감안하면 이 정도 지분만으로도 실효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대주주가 금융사인 삼성생명(7.2%)이어서 향후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 등에 따라 의결권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경우에 따라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다음 수순으로 제기되는 시나리오가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 11.25%를 갖고 있어 합병비율에 따라 변동이 있지만 자연히 삼성전자 지분을 늘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은 언제든지 이 부회장이 꺼내 들 수 있는 카드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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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과 그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의 계열 분리 문제도 장기적으로는 풀어야 할 과제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3남매의 계열 분리 문제는 현시점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지만 재계에서는 벌써부터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삼성그룹이 LG-GS와 같은 방식으로 분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LG그룹은 2003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뒤 이듬해 현 GS그룹을 분리시켰다. GS는 당시 LG에서 정유·유통·건설·스포츠 사업을 이끌고 나왔다. 삼성 역시 전자·금융 등 핵심 분야는 이 부회장이, 유통·건설은 이부진 사장, 패션은 이서현 사장이 맡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GS그룹 분리 때와 마찬가지로 전문가들은 이재용·이부진·이서현 3남매의 사업분할은 통합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에 대한 안정적 지배구조를 확립한 뒤에야 가능하다고 말한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지금은 안정적 그룹 지배를 위해 남매의 보유 지분을 최대한 한데 모아야 한다"며 "남매 간 사업분할은 그 작업이 완성된 시점, 즉 적어도 수년은 있어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건설 및 유통·패션 등의 시황이 좋지 않아 당분간은 '액션'을 취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는 큰 연관이 없지만 지난해 무산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재추진 여부도 관심이다. 이 부회장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제 아래 계열사를 효율화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사업영역이 상당수 겹치는 양사의 합병을 추진했으나 주가 하락으로 인한 주주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최근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은 당분간 없다"고 밝혔으나 삼성그룹 지배력 강화를 계기로 자신만의 '색깔'을 내야 하는 과제를 안은 이 부회장이 이를 다시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회장직 취임에 앞서 계열사 재편 문제를 완전히 마무리 짓고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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