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심한 경찰' 목전서 2억 인질범 놓쳐

돈가방 속 휴대전화도 '먹통'

70-80명의 경찰이 눈앞에 배치된 상황에서 현금2억원을 받아든 인질범들이 경찰 수사력을 비웃으며 유유히 달아났다. 24일 오전 1시14분께 대전시 유성구 노은동 월드컵경기장 뒤편 야산 약수터에서지난 22일 새벽 괴한들에 납치됐던 지역 K건설업체 사장 부인 김모(59.여)씨가 44시간만에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인질범 검거를 위해 주변에 다수의 경찰관들이 배치됐으나 현금 1억9천600만원을 받아들고 사라지는 범인 검거에는 실패했다. 범인들은 이날 0시19분께 김씨의 작은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벤츠 승용차를 타고 노은동 충남대앞 한 주유소로 준비한 돈을 가지고 나올 것을 요구했다. 미리 연락을 받은 경찰 현장동행조 2개팀 10여명과 다른 가족들이 차량 6-7대에나눠 타고 100여m 후방에서 뒤를 쫓았으나 범인들이 만나는 장소를 인근 농수산물시장으로 갑자기 변경하는 등 교란책을 써 앞서가던 벤츠 승용차를 쫓는데 실패했다. 경찰이 어리둥절하는 사이 공범 중 한 명이 작은 아들 차량에 올라타고 소로를이용해 인근 야산 약수터에서 어머니를 붙잡고 대기하고 있던 다른 공범과 합류했다. 이들 범인은 아들로부터 현금을 건네받자 마자 이들 모자를 남겨두고 다시 벤츠승용차를 타고 내려와 농수산물 시장 주차장에 승용차를 버린 뒤 유유히 사라졌다. 범인들이 경찰의 추적망을 벗어나 금품을 챙긴 뒤 사라지기까지는 불과 10여분. 그동안 경찰은 벤츠 승용차의 위치를 찾느라 허둥댔고 김씨 아들로부터 '어머니와 만났다'는 전화를 받고 본격적으로 범인검거에 나섰으나 이미 범인들은 현금 2억원을 들고 사라진 뒤였다. 또 인근 유성나들목과 공주, 조치원 방향 등 주요 도로에 경찰이 배치됐으나 범인들의 인상 착의와 이용했을 차량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여서 꿔다놓은 보릿자루나 매한가지였다. 더구나 경찰은 범인들의 위치추적을 위해 돈가방 속에 휴대전화를 몰래 숨겨놓았지만 작동이 되지 않는 등 범인 검거 작전에 허술함을 노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질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다 보니 수사와 범인 검거에어려움이 컸다"며 "인질이 무사히 돌아온 만큼 범인 검거를 위해 모든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조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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