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아르헨티나, 2001년 악몽 재연되나

자금유출 가속화 우려속 200억弗 채권 만기연장 '발등의 불'


아르헨티나가 민간 연금펀드를 국유화하기로 한 것은 부실화 위험이 점점 커지는 연금펀드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으로 해석된다. 연금펀드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실상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연금펀드의 부도는 개인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결국 국가 부도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비난을 무릅쓰고 최대 보험사인 AIG를 살린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국유화될 민간 연금펀드 규모는 290억달러 수준. 민간 연금펀드에 해마다 46억달러 정도가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의 의회 통과가 확실해 아르헨티나의 모든 연금체계가 사실상 국가의 관리, 운영 아래 놓이게 된다. 정부의 민간 연금펀드 국유화 조치는 10여개 민간업체들이 주식 및 채권 투자를 통해 이 펀드를 운용하면서 엄청난 손실을 봤기 때문에 전격적으로 단행됐다. 문제는 이번 민간 연금펀드 국유화 방침이 나온 데 대해 시장에서는 아르헨티나가 이미 루비콘강을 건넌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미국과 유럽이 유동성 확보에 혈안이 된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활활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역효과를 촉발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21일 “이번 결정은 전세계 국가들이 자국 은행을 보호하기 위해 조치를 취한 것과 같은 것”이라며 “다만 우리는 (은행이 아니라) 은퇴자와 노동자를 위해 국유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시장의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아르헨티나 증시는 이날 11% 급락하는 등 패닉으로 빠져들었다. 아르헨티나 국채 15년물 수익률은 전장보다 3.69%포인트나 오른 24.1%를 기록, 채권발행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아르헨티나 국채가격은 올 들어 37%나 폭락해 지난 2001년 이후 최악의 해로 기록되고 있다. 국가 부도 위험을 알리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도 이날 32%까지 치솟았다. 국가가 채무에 짓눌려 거덜날 수 있다는 위기신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르헨티나가 2001년 950억달러 규모의 국채 상환에 실패하면서 주가가 폭락했던 경험을 예로 들면서 현재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억달러의 채권 만기 연장과 67억달러 규모의 채권 청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RBC캐피털마켓은 아르헨티나가 국가부도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는 올해 70억달러, 내년에는 140억달러를 해외에서 조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일프레도 쿠오티노 무디스이코노미닷컴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조처는 아르헨티나 경제가 국내외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앞으로 해외자금 조달 등에 있어 더욱 곤궁한 처지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