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명예회장 일가는 한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현대는 건설 신화를 이끌어내며 개발시대의 신화적 존재로 군림한데 이어,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남북 화해의 `첨병` 역할을 해내며 각광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현대의 영광 뒤엔 비극적인 사건도 끊이지 않았다. 정 명예회장은 8남 1녀를 슬하에 뒀으나 이번 정몽헌 회장의 자살로 이미 3명의 아들이 숨을 거두는 등 가족 차원에서는 적지않은 불행에 시달렸다.
정 명예회장의 장남인 몽필씨는 지난 82년 4월 인천제철 사장으로 근무하던 중 공장인근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90년 4월에는 넷째 아들 몽우씨가 자살했다. 91년에는 몽필씨의 부인이던 첫째 며느리 이양자씨마저 지병으로 사망했으며 이번에 정 회장이 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에 앞서 정 명예회장이 `아우 들 중 가장 똑똑하다`며 아끼던 넷째 동생 정신영씨는 동아일보 기자로 재직하던 지난 62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기도 했다.
현대가의 불운은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형제간의 경영권을 둘러싼 싸움과 정 명예회장의 대권도전 실패,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의 대선출마 포기 등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2000년 장남인 몽구 현대차 회장과 몽헌 회장이 현대의 대통을 이어가는 현대그룹 회장 자리를 두고 형제간 의를 끊을 정도로 심각한 마찰을 빚었다. 또 몽준씨는 지난해 대선에 출마했으나, 선거일 직전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와의 연대를 일방적으로 파기해 정치생명에 치명적인 흠집을 남기기도 했다.
<조영주기자 yjch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