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정·재계 '신경제 평가' 엇갈려

미국의 정·재계 거물급 인사들 사이에 신경제와 최근 증시 불안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빌 클린턴 대통령과 마이크로소프트(MS) 빌 게이츠 회장 등이 신경제에 대해 장미빛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반해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일부 경제학자들은 향후 증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5일 신경제의 실체와 문제점을 점검하기 위해 빌 클린턴 주재로 백악관에서 열린 「신경제 심포지엄」에서 민관 경제지도자들은 향후 미국경제에 대해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특히 이날 회의는 MS의 독점판결과 미증시가 사상 최대의 등락을 보인 직후 미 정재계 거물급인사들이 총집결했다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클린턴 대통령은 개회사를 통해 『미국이 사상 최장기 호황을 구가하고 있으며 산업혁명과 같은 경제적 변혁기를 맞고 있다』며 자신의 치적을 은근히 강조했다. 연방법원으로부터 이틀전 독점 판결을 받아 심기가 불편한 빌 게이츠 MS 회장은 『첨단기술 시대가 이제 막 시작된 단계에 불과하다』며 신경제를 옹호하는 발언으로 클린턴대통령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또 월가의 대표적인 애널리스트인 골드만 삭스의 애비 코언도 『지난 10년간 미 증시 전망에 대해 낙관적이었고 지금도 여전하다』며 신경제를 옹호했다. 애비 코언은 최근 미증시에 대해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 주가하락을 부추기기도 했지만 이날은 입장을 바꿔 미증시에 대한 낙관론을 피력했다. 한편 그린스펀 의장은 「첨단기술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란 제목의 연설에서 주가급등으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경기과열과 인플레 압력을 재차 경고했다. 그는 최근 증시 불안에도 불구하고 인플레 억제를 위해 긴축적인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해 다음달 16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 추가인상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또 예일대 경제학과의 윌리엄 노드하우스 교수는 『현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과열 증시가 투자자들을 기분좋게 만들겠지만 결코 미 경제에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최근 증시불안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유명한 국제경제학자인 프레그 버그스텐교수는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가 자칫 외국투자자들이 미국시장을 바져나가는 패닉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외국자본의 이탈은 달러화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초래하고 이는 금리 인상과 주가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저 앨트먼 전 재무부 부장관도 『앞으로 조정이 이루어지며 그것도 급격한 조정이 될 것』이라며 최근 주가의 급등락을 가리켜 『이미 그러한 유형의 조정이 전조를 보였다』며 강한 경계론을 제시했다. 클린턴대통령은 지난 92년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에도 당시 내리막길을 치솟던 미국경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번과 유사한 경제 지도자회의를 열었다. 이형주기자LHJ303@SED.CO.KR 입력시간 2000/04/0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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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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