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번역 오류로 손질을 봤던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수정 내역을 국민들에게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이인형 부장판사)는 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외교통상부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비공개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외교통상부는 올해 6월 정부가 296건의 번역 오류를 바로잡은 협정문 한글본의 정오표를 공개하라”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협정문의 번역오류로 개정된 내용이 객관적으로 투명하게 공표됨으로써 한미 FTA협상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한 여론 형성의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며 “정오표 공개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고도의 공익적 성격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협정문 공개가 우리나라의 협상전략 노출로 이어지거나 국가 대외 신인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소송을 담당한 송기호 변호사는 “아직 한미 FTA 협정은 발효 전 검증 상태이기 때문에 번역 오류를 바로 잡을 기회가 있다”며 “정부는 한미 FTA의 번역 오류가 끼칠 심각성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해왔지만 법원 판단에 따라 협정문을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초 정부는 한ㆍ미 FTA 협정문 한글본에 심각한 번역 오류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부는 수정 작업에 들어갔고 번역이 잘못되거나 누락된 것등 총 296개 항목을 바로잡았다. 다만 처음 번역한 협정문과 수정된 협정문이 이미 공개되어 있다는 이유를 들어 정부는 수정한 내역(정오표)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민변은 지난 6월 “정부가 방대한 협정문의 번역 오류를 모두 바로잡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수정내역을 공개하라”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