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대목인 설 연휴를 앞두고 한국 영화끼리 흥미로운 경쟁구도가 형성돼 관심을 끌고 있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강우석, 이준익 감독이 처음으로 격돌하는가 하면 퓨전 사극이 나란히 개봉해 경쟁에 나선다. ◇강우석 vs 이준익, 1,000만 감독 첫 대결 =2004년 '실미도'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1,000만 관객(1.108만명)을 돌파한 강우석 감독과 이듬해인 2005년 '왕의 남자'로 1,23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이준익 감독이 처음으로 같은 시기에 작품을 개봉해 흥행 경쟁에 돌입한다.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가 지난 20일 개봉해 먼저 바람몰이에 나섰고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은 27일 개봉한다. 청각장애인 야구부의 도전기를 그린 '글러브', 8년 전 신라와 백제가 펼쳤던 '황산벌' 전투에 이어 이번에는 신라와 고구려가 맞붙는 '평양성'은 두 작품 다 설 연휴에 가족관객을 겨냥한 영화다. 1989년 이 감독이 대표로 있던 광고 회사에 강 감독이 자신의 영화 광고를 맡기면서 인연을 맺은 이래 20년 넘게 우정을 쌓아온 두 감독의 대결이 눈길을 끈다. 실제로 이 감독은 '왕의 남자'가 히트하기 전 영화사를 운영하다 빚에 허덕일 때 강 감독이 돈을 빌려줘 위기를 넘길 수 있었고 강 감독은 이 감독이 연출한 '황산벌'과 '왕의 남자'에 투자해 투자 수익을 얻는 등 두 감독은 '영화계 동지'로서 윈윈 관계다. 1,000만 감독끼리 선의의 경쟁이 주목된다. ◇나란히 개봉하는 퓨전 사극 경쟁= 색다른 사극 두 편이 나란히 관객을 찾는다. 조선 시대 명탐정의 활약상을 담은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과 고구려와 나-당 연합군의 싸움을 담은 '평양성 둘 다 웃음과 풍자를 덧입은 '퓨전 사극'으로 27일 개봉한다. 기발한 설정과 웃음 장치로 똘똘 뭉쳤지만 어쩐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까지 두 작품은 서로 닮았다. 올드미스 다이어리(2006)'를 연출했던 김석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조선명탐정…'은 김탁환의 소설 '열녀문의 비밀'을 원작으로 만들었지만 원작의 추리는 골격만 남기고 코미디로 살을 채웠다. 코미디 본연의 의무에 충실하지만 맛있는 요리의 비결은 요리사의 솜씨 덕보다 뛰어난 재료 덕이 크다. 관료들의 공납 비리를 알아보라는 정조의 명을 받은 명탐정(김명민)이 우연히 만난 개장수 서필(오달수)과 함께 공납비리 이면에 숨은 비밀을 파헤친다.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추리에 임하는 김명민의 연기도 무게감 있게 극을 이끌지만 그를 따라다니는 오달수는 요리의 양념 역을 톡톡히 해낸다. 작품은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은 2003년'황산벌'의 속편으로, 전편에 이어 이문식과 정진영이 등장하고 역사적 사건을 코미디로 만든 점도 같지만 사투리의 역할은 현저히 줄었고 웃음의 강도도 낮아졌다. 연개소문이 죽은 후 그의 둘째 아들 남건(류승룡)이 지휘하는 고구려군. 신라의 사령관 김유신(정진영)은 한 손은 당과 손잡고 고구려의 평양성을 공격하고 다른 한 손은 고구려 멸망 후 예상되는 당나라와의 싸움을 준비한다. 늙은 여우 같은 김유신을 연기한 정진영과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는 류승룡의 무게감 있는 연기, 구수한 사투리로 정감 있게 얘기하는 이문식의 호연이 돋보인다. 그러나 화려한 스케일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전투 장면은 소꿉장난 같아 보이고 현실정치를 풍자한 장면들은 예리한 일침이라기보단 무딘 칼날 같아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