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바둑 영웅전] 행마의 리듬을 찾아서

제7보(87∼100) 행마의 리듬을 찾아서 일단 이세돌은 흑87로 끊어 우변을 접수했다. 백이 두는 것과 비교하면 안팎으로 무려 45집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이렇게 큰 곳을 흑에게 내줄 수밖에 없다니. “애초에 백은 우변을 살릴 궁리를 할 필요가 없었어. 온갖 묘수를 동원해 가지고 살리려고 한 작전 자체가 문제가 있었어.”(윤현석)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결정적인 순간에 정신을 차리고 우변을 포기한 것은 대단한 결단이었어요.”(백홍석) 흑은 엄청난 현찰을 챙겼다. 백은 88과 90을 연타하면서 중원의 흑대마를 잡자고 했는데 아직은 불확실한 어음이다. “백이 어렵다고 봐야겠지요?”(필자) “그렇다고 봐야죠. 하지만 좌변쪽에 백의 잠재력이 상당하니까 좀더 봐야 될 것 같아요.”(윤현석) 흑93은 이렇게 젖혀가야 행마의 리듬이 생긴다. 이곳을 참고도1의 흑1 이하 5로 수습하러 들다가는 백6으로 몰려 큰 낭패를 보게 된다. 타이젬의 생중계 해설을 맡은 백홍석7단은 참고도2의 흑9까지를 예측했다. “이런 식으로 수습하면 흑이 여유 있게 이길 겁니다.”(백홍석) 강동윤은 그 코스로 가지 않았다. 백98로 슬쩍 물러서자 흑이 행마의 리듬을 살리기가 어렵게 되었다. 이세돌은 할수없이 흑99로 18급 초보자 같은 행마를 하게 되었는데 과연 무사히 수습이 될는지…. /노승일·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