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글로벌 거래소들의 야심찬 도전

증권거래소는 이제 단순히 '주식 및 채권이 거래되는 곳'을 뜻하지 않는다. 증권거래소는 글로벌 경제에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잇따라 터져 나오는 글로벌 거래소 간 합병 소식을 두고 하는 말이다. 통합이 가속화되면 경쟁이 더욱 격화되고 거래소시장 독점 우려도 불거져 나올 것이다. 규제당국은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대 합병 열풍이 몰고 올 후폭풍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그러나 시장 거래를 적절히 '다스려야'지 무조건 '제재'해서는 안 된다. 세계 모든 대도시들은 하나 이상의 거래소를 품고 있으며 자본이 국경을 초월해 이동하면서 거래소 또한 국제화 추세에 있다. 거래소가 한 나라 안에 머물러야 한다는 주장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독일 도이체뵈르세가 뉴욕증권거래소(NYSE) 유로넥스트를 인수하는 데 반기를 들고 있는 미국인들은 사실 NYSE 유로넥스트가 파리 증권거래소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최근 인수 열풍과 관련해 염려되는 사항은 대형 거래소들이 지배력을 남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을 우려한 미국과 유럽 규제당국은 지난 10년간 특정 거래소의 거래 독점을 규제했다. 이에 따라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는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100지수에 포함된 기업 주식 거래 중 60퍼센트 정도만 담당한다. 하지만 거래소 간 통합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통합 거래소가 경쟁력을 가질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글로벌 거래소로 발돋움하려는 각 거래소들은 합병을 모색하고 각종 파생상품거래 플랫폼을 자사 안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경우 거래소 시장은 자연스레 과점체제로 기울 수 밖에 없다. 미국은 지난 2007년 시카고상업거래소(CME)가 라이벌사인 시카고상품거래소(CBOT)를 인수하려 했을 때 반독점법을 들이댔지만 결국 인수를 허용했고 지금 CME 그룹은 미 선물거래를 지배하고 있다. 도이체뵈르세와 NYSE 유로넥스트의 합병을 승인, 거래소 시장의 과점 체제를 더 앞당길지는 이제 유럽 규제당국의 손에 달려 있다. 물론 독점으로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적절히 규제의 잣대를 들이밀어야 한다. 하지만 정책입안자들은 거대 글로벌 거래소 탄생을 막는답시고 그들의 힘을 남용하지는 말아야 한다. 소수 과점 대형 거래소 체제도 몇몇 장점이 있다. 우선 거래 가격이 한층 더 투명해지며 거래를 모니터하기도 훨씬 더 수월하다. 우리는 이제부터 글로벌 거래소들이 본격적으로 합병 전선에 뛰어드는 것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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