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장기 회사채 발행 늘어난다

올 만기 3년물 초과 비중 2009년보다 3배이상 증가

보험사도 장기물에 러브콜… 기업 단기채무 압박 덜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장기화로 단기물 대비 장기물 채권 금리가 강세(금리 하락)를 보이면서 기업들이 만기 3년 초과 장기 회사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회사채 만기가 장기화되면 기업들이 단기 채무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고 차입금의 만기 분산으로 유동성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 업계와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만기 3년 이하 단기 회사채 발행 금액(AAA~A+등급 기준)은 33조7,210억원에서 올해 5월14일 현재 5조8,270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만기 3년 초과 장기 회사채 발행 금액은 같은 기간 8조3,600억원에서 9조6,680억원으로 늘었다. 만기 6~7년은 8,300억원에서 1조8,880억원으로, 만기 8~10년은 4,800억원에서 1조3,800억원으로, 15년 이상은 2,000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증가했다.


만기별 발행비중은 3년 이하 단기물이 2009년 80%에서 2014년 5월 현재 37%로 절반 이상이 축소된 반면 3년 초과 비중은 같은 기간 20%에서 64%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기업들이 점점 만기 3년을 초과하는 장기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회사채 평균만기도 2009년 3.4년에서 현재는 5.2년으로 확대됐다.

기업들의 장기물 선호 현상이 확대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단기물 금리와 장기물 금리 차(스프레드)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만 하더라도 국고채 10년물 금리와 3년물 금리 차이는 1.2%포인트에 이르렀으나 2014년 현재는 0.8%포인트에 불과하다. 전체적인 저금리 기조 속에서 단기물 금리 대비 장기물 금리가 하락하자 기업들이 장기 회사채를 발행을 늘려 자금 조달 비용을 줄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3년 4월에 국고채 10년물과 3년물의 스프레드가 0.4%포인트 수준까지 떨어졌는데 이때 회사채 평균 만기가 6.9년으로 가장 길었다"며 "단기물 대비 장기물 금리가 떨어질수록 기업들이 장기 회사채 발행을 늘리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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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시장의 큰손인 보험사가 장기물에 러브콜을 보내는 점도 기업들이 장기물 발행을 늘리는 요소다. 금융 당국이 지속적으로 보험사에 대한 지급여력비율(RBC) 규제를 강화하자 보험사는 상대적으로 위험이 덜한 장기물을 집중 사들이고 있다. 단기물 비중이 높으면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보유하고 있는 채권에서 대량 평가손이 발생할 수 있지만 장기물은 상대적으로 금리 리스크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장기물을 바구니에 담는 것이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외국인과 연기금의 보유채권 듀레이션(잔존만기)은 지난 2009년부터 현재까지 2~3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보험은 같은 기간 4년에서 현재 6.2년으로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회사채 만기가 장기화 될수록 기업들의 재무 부담이 덜하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그동안 국내 기업은 중단기 위주로만 회사채를 발행해 일부 기업의 경우 회사채 만기가 돌아올 때 이를 상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며 "장기물 발행을 늘리면 만기 전까지는 유동성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위험 관리 측면에서 훨씬 더 용이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기관투자가의 매수를 유인하려면 기업의 실적과 펀더멘털이 안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대기업들은 만기 15년 이상의 초장기물 발행을 늘리고 추세다. LG전자(066570)는 오는 29일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찍는 데 이중 15년물의 경우 300억원어치를 발행할 예정이다. 앞서 SK텔레콤(017670)도 1,000억원 규모의 15년만기 조기상환 옵션부 회사채를 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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