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線)을 넘어서(Beyond the line)`
망(網)이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멀리 떨어진 상대방의 음성을 듣거나 정보를 주고 받는 시대는 지나갔다. 하나의 망으로 전화는 물론 집안의 다양한 기기를 원격으로 조종하고, 방송을 보면서 쇼핑까지 즐기는 거대한 통신혁명이 눈앞에 다가왔다.
KTㆍ하나로통신 등 유선통신업체들은 이 같은 통합망을 앞당기기 위해 치열한 경쟁의 장(場)으로 뛰어들고 있다. 한편에서는 자체 망 고도화를 추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가전 및 방송사와의 전략적 제휴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한 판 승부를 앞두고 있다.
◇망에 혁명이 닥친다=올해 유선통신업계가 전면에 내건 기치는 망(網) 고도화다. 이미 지난해 KT와 하나로통신을 중심으로 초고속인터넷 분야에서 불붙기 시작한 속도 경쟁은 올 한해 새로운 `꿈의 속도`로의 도전으로 옮겨붙을 전망이다.
KT의 경우 지난 2002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광대역통합망(BcN) 구축에 가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인다. BcN이란 기존 전화ㆍ인터넷은 물론 고화질 방송까지 하나의 망으로 이용할 수 있는 꿈의 통신망. 기존 인터넷보다 훨씬 빠른 100Mbps급의 데이터 통신 구축이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KT는 지난해 LG전자와 공동으로 개발한 BcN 핵심장비인 소프트스위치를 연내 시험적으로 연동서비스하는 한편 이르면 상반기중 플랫폼 개발을 위한 사업 파트너 선정에 나설 방침이다.
하나로통신 역시 KT에 빼앗긴 초고속인터넷 속도 경쟁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휴대 인터넷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VDSL) 고도화를 통해 KT와 한판 승부를 펼쳐보이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특히 기존 20Mbps급에 이은 50Mbps급의 VDSL시장에서 양사의 망 고도화 경쟁은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시장 재편으로 도약의 기틀 다진다=현재 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두루넷ㆍ온세통신을 놓고 펼쳐질 인수전 또한 올 한해 통신업계를 뜨겁게 달굴 이슈다.
특히 초고속인터넷 업계 3위인 두루넷 인수전은 통신 시장 전체의 경쟁구도를 재편할빅 이벤트로 부각되고 있다. 하나로통신이 두루넷을 인수한다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KT와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이 가능해질 뿐 아니라 아파트지역에 집중된 가입자 기반을 단독주택으로 확대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반면 하나로통신 경영권 확보 실패로 통신사업전략 수립에 차질을 빚고 있는 LG그룹 역시 두루넷 인수는 물러날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데이콤과 파워콤 등 기존의 기업망 위주의 사업구도로는 경쟁에서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다.
특히 두루넷 인수전은 그동안 KTㆍSK텔레콤 중심의 양강 구도로 이어져온 통신시장에서 새로운 중심축으로 부상할 수 있는 3강 도약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여 물러날 수 없는 한판 승부가 예고되고 있다.
◇불붙는 융합서비스 경쟁= 지난해부터 통신시장 전체에 뜨겁게 불기 시작한 융합(Convergence) 경쟁은 올해 통신시장에서 구체화된 서비스 경쟁으로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르면 2월초 KT가 출시 예정인 원폰(One Phone)서비스는 융합ㆍ결합 서비스 경쟁의 촉발제가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기존 가정용전화와 이동전화를 하나의 단말기로 사용할 수 있는 원폰 서비스가 무선에 밀리고 있는 유선서비스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11억달러 외자유치로 전열을 재정비한 하나로통신도 올 한해동안 시내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은 물론 시외ㆍ국제전화 사업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대, 명실상부한 종합 유선통신사업자로서의 변신을 꾀한다.
최근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인터넷전화(VoIP)가 기존 유선시장 판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특히 연말께 식별번호체계가 도입될 경우 그 동안 `틈새상품` 정도로 여겨졌던 인터넷전화는 새로운 유망 통신서비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