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못말리는 미국 헤지펀드

테러 피해 보상금 노리고 민사소송 제소권 사들여

최종 승소 땐 거액 거머줘 '소송펀드' 새 모델로 부상

미국에서 테러 피해 소송 보상금에 베팅하는 헤지펀드가 등장했다. 테러 피해자들이 승소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배상액보다 훨씬 싼값에 제소권을 사들인 후 최종 승소하면 막대한 배상금을 챙겨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시아판 25일자에서 지난 1983년 베이루트 폭탄테러 피해자들이 이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권에 투자하고 있는 헤지펀드를 소개했다.


1983년 헤즈볼라 자살특공대는 레바논 베이루트의 미국 해병대 사령부 건물로 1만파운드가 넘는 폭약을 실은 트럭을 몰고 돌진해 미군 241명을 몰살시키는 테러를 저질렀다. 테러 피해자 가족들은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이란 정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며 미국 연방법원은 2007년 가족들의 손을 들어주고 이란 정부에 대해 18억달러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란 측의 항소로 소송이 무기한 지연되면서 보상금 지급시점도 마냥 늦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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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뉴저지주 크레스킬에 위치한 RD리걸캐피털은 '스페셜 오퍼튜티니'라는 이름의 헤지펀드를 조성, 테러 피해자와 가족들로부터 최대 1억달러를 투자해 제소권을 사들이고 있다. 펀드는 가족들로부터 소송이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으로부터 연 18~24% 할인된 금액에 제소권과 배상 받을 권리를 싸게 사들이고 있다. 최종 승소할 경우 이 펀드는 엄청난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펀드의 성공보수는 30%로 일반 헤지펀드의 두 배에 이른다. 물론 패소할 경우 펀드는 투자금의 대부분을 날리게 된다. 펀드매니저 격으로 참여한 변호사들도 수임료를 못 건진다.

피해자 가족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30여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소송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당장 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융통할 수 있기 때문. 베이루트 테러에서 19세의 아들을 잃은 론 페론(77)씨는 펀드에 제소권을 넘기고 받은 돈을 주택 구입과 자폐를 앓고 있는 다른 자녀의 치료비용에 사용했다.

민사소송이 활발히 이뤄지는 미국에서 이 같은 소송펀드는 헤지펀드계에서 새로운 틈새 비즈니스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RD리걸캐피털의 경우 2007년 설립한 이래 연평균 22%의 수익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WSJ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최소 5개의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소송펀드를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최근에는 메이도프 금융사기 사건, BP의 원유유출 사건 피해자들로부터 제소권을 사들여 송사를 진행하고 있다. WSJ는 "전문 운용사들이 생겨나면서 헤지펀드 업계에서소송펀드가 최근 성장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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