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황량한 벌판에서 자연과의 험난한 싸움이 시작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대회인 제142회 브리티시 오픈(디 오픈)이 18일(이하 한국시간)부터 나흘간 스코틀랜드의 뮤어필드 골프링크스에서 열린다. 디 오픈은 바다와 접한 벌판에 자연 환경을 그대로 살려 조성한 링크스 코스에서만 치러진다. '골프 성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를 포함한 9곳의 디 오픈 순환개최 코스 중 하나인 뮤어필드는 2002년 이후 11년 만에 은제 주전자 우승 트로피인 클라레저그의 주인을 기다린다.
◇우승자? 바람에게 물어봐=1744년 개장돼 올해 16번째로 디 오픈을 개최하는 뮤어필드에서는 날씨가 최대 변수다. 대다수 링크스 코스가 한쪽 방향으로 배치된 것과 달리 이곳은 시계 방향으로 진행되는 아웃코스가 시계 반대 방향의 인코스를 감싸도록 조성돼 있다. 이 때문에 홀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38ㆍ미국)는 2002년 이곳에서 비바람에 희생됐다. 마스터스와 US 오픈을 우승하고 그랜드슬램을 향해 돌진하던 때였다. 2라운드까지 선두를 2타 차(공동 9위)로 추격하던 그는 비바람과 추위가 몰아친 3라운드에서 프로 전향 후 최악의 스코어인 10오버파 81타를 적어냈다. 당시 콜린 몽코메리(스코틀랜드)는 2라운드 64타, 3라운드 84타를 쳐 디 오픈 역사상 최다타수 차 기록과 타이를 이루기도 했다.
◇더 길고 더 험난해진 코스=파71인 이 골프장은 전장이 7,192야드로 11년 전 디 오픈 때보다 158야드 길어졌다. 8개 홀의 티잉그라운드를 뒤로 옮겼고 그린 근처에 벙커를 새롭게 만들거나 더 어렵게 변경한 홀도 8개나 된다.
가장 가혹한 것은 좁은 페어웨이를 둘러싸고 있는 긴 러프다.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볼을 빼내는 것은 물론이고 찾는 것도 어렵다. 페어웨이 곳곳에는 항아리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다. 날씨의 심술이 적다면 티샷 정확도가 우승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마지막 2개 홀이 승부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7번홀(파5)은 575야드로 코스에서 가장 길지만 버디를 노릴 만하다. 18번홀(파4)은 470야드로 긴데다 페어웨이 한 가운데 2개의 깊은 벙커, 그린 좌우에도 벙커가 볼이 날아들기를 기다리고 있어 까다롭다.
◇우즈냐, 또 첫 메이저 챔피언이냐=156명의 출전자 중 이번에도 메이저 통산 14승에서 5년 넘게 발목이 묶인 우즈에 관심이 쏠린다. 디 오픈에서 2000년과 2005년, 2006년 등 3승을 거둔 그는 지난달 US 오픈 이후 왼쪽 팔꿈치 부상으로 한 달간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디펜딩 챔피언 어니 엘스(44ㆍ남아공)는 2002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좋은 기억이 있다. 필 미컬슨(43ㆍ미국)과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24ㆍ북아일랜드) 등도 우승을 노리는 가운데 마스터스의 애덤 스콧(호주), US 오픈의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에 이어 메이저 첫 승 기록자가 이어질 것인지도 관심이다. 한국(계) 선수는 최경주ㆍ양용은ㆍ김경태ㆍ김형성ㆍ존 허 등 5명이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