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22일째 부분 파업 기아차 핵심현안은…

'현대차와 임금차별' 문제 싸고 노사 한치 양보없는 '줄다리기'<br>使 "실적 나쁜데 계속 최고 대우 어렵다" 입장…勞 "현대차와 한식구…차별 받을 이유없어"<br>일부 근로자들 "하루 빨리 정상화 됐으면…"



'현대차와의 차별은 받아들일 수 없다."(기아차 노조 측) "회사의 경영실적과 동떨어진 노조의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기아차 사측) 기아자동차 파업의 핵심 현안은 무엇인가. 표면적으로는 기본급 인상폭에 대한 실랑이다. 노조는 기본급 10만6,221원(기본급 대비 7.8%) 인상안을 고수하는 반면 회사 측은 기본급 7만5,000원(〃5.5%) 인상안을 제시한 채 서로 한치 양보 없이 대치하고 있다. 불과 3만원가량의 격차 때문에 회사 사활을 걸고 격돌하는 모습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7월18일부터 22일째(근무일수 기준)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는 기아차 소하리 공장(경기도 광명시)을 찾아 나섰다. 정오가 임박한 무렵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요란한 기계음과 함께 조립이 막 끝난 자동차가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공장건물 등 곳곳에 '2006 임단투 승리하자' 등 각종 투쟁구호를 담은 현수막이 줄줄이 걸려 있지만 막상 작업장 풍경만 놓고 보면 '과연 파업을 하는 곳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그러나 이 같은 궁금증은 30분도 채 안 돼 풀렸다. 시계가 오후12시30분을 가리키자 생산직 근로자들이 하나 둘 장갑을 벗어던지고 부리나케 생산라인을 빠져나간다. 오전8시30분부터 4시간 작업을 한 뒤 오후부터 4시간의 부분파업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소하리 공장은 평소 같으면 하루에 1,200~1,300대를 쏟아내지만 이번 부분파업 여파로 700~800대 정도만 생산된다. 이날은 마침 야간 4시간 파업까지 예정돼 있어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점심시간에 일손을 놓고 아예 퇴근을 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방금 전까지 들리던 현장의 기계음은 오간 데 없고 근로자들까지 대거 빠져나간 공장은 썰렁한 적막감마저 느껴진다. 정문 앞에서 만난 한 생산직 근로자는 "오늘처럼 파업일정이 오후에 잡혀 있지 않고 부분파업을 한 뒤 다시 작업을 하는 날에는 노조에서 준비한 교섭보고대회 등이 열린다"고 말했다. 공장 정문 밖 도로에는 '수출차량 운송'이라는 글이 커다랗게 새겨진 '딜리버리 카(완성차량 운송차)'들이 수십여대나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곳에 차를 세워놓고 동료 운전자들과 그늘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던 김모씨는 "평소 같으면 하루에 세번 정도 쉴새 없이 차를 실어 나르는데 요즘에는 한번만 운행하거나 아예 허탕을 치는 날도 있다"며 "파업이 하루빨리 마무리돼 정상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변의 기대와 달리 노사 양측은 이날까지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장기파업으로 내몰고 있나. 양측은 표면적으로는 기본급 인상폭에 대한 차이 때문에 갈등하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현대차와의 차별화' 여부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이가 보다 큰 갈등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기아차는 그동안 노사협상에서 매년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합의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사측은 올 협상에서 "현대차에 비해 경영실적이 크게 떨어지는 만큼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반면 노조 측은 "현대차와의 차별만큼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실적이 나빠지는데 마냥 '최고 대우'를 해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사측이나 '한 식구나 다름없는데 차별받을 이유가 없다'는 노조 측이나 각자 물러나기 힘든 명분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 회사의 경영상태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기아차의 지난 2ㆍ4분기 실적은 151억원 영업적자. 상반기 영업이익률도 0.2%대로 추락했다. 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3ㆍ4분기에도 적자를 면하지 못할 것"이라며 "벌써 9월로 접어드는 시점이고 외부 시선도 곱지 않은 만큼 노조가 회사 장래를 생각해서 좀더 많이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노사 양측이 이날까지 이어진 22차례의 본교섭을 통해 차츰 이견을 좁혀가고 있어 조만간 타결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노측 대표는 29일 가진 협상에서 "총 109개의 단협안 중 87개 조항에 합의했고 사측이 조금씩 양보안을 내놓고 있다"며 충분히 협의가 가능한 상황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현대차와의 차별화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배수진을 치고 있어 막판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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