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다른 지역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어려움에 처한 역내 와인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에 합의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 농업장관들은 19일(현지시간) 마라톤 협상 끝에 앞으로 3년에 걸쳐 역내 전체 포도밭 340만㏊의 5%인 17만5,000㏊를 감축하고, 포도밭을 갈아엎는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와인산업 개혁안을 타결했다.
이 개혁안은 내년 8월부터 시행된다. 집행위는 포도 재배지를 줄이지 않을 경우 오는 2010년 와인 과잉생산 규모가 현재의 2배 수준인 전체 와인 생산량의 15%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온난화 등 지구 환경 변화로 와인 생산지가 유럽에서 미국, 칠레, 호주, 남아공 등 신대륙으로 급격히 확장되면서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하지만 이날 합의된 포도밭 감축 규모는 당초 집행위가 지난해 6월 발표한 40만㏊(12%) 감축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구조조정이 충분한 결실을 이루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부 회원국과 와인생산 농가, 그리고 유럽의회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에 따른 미봉책이란 지적이다.
보조금 지급 방식을 전면 개편한다는 당초 방침과는 달리 장기간의 유예 기간을 두고 서서히 개편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논의된 방식은 과잉생산된 와인을 공업용 알코올로 전환하면 보조금을 지급하지만, 이는 와인 생산업자들이 공급과잉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을 줄이지 않게 된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EU는 지난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지에 공업용 알코올 전환 보조금 5억유로를 지원했다. 또 이날 포도주의 알코올 농도를 높이기 위한 설탕 첨가방식을 금지하려던 계획도 독일 등 관련 회원국들의 강력한 반대로 철회됐다.
EU는 아직도 전 세계 와인 생산 및 소비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신대륙 와인 수출 규모가 20억 유로로, 지난 10년새 두배 이상 늘어난 반면 EU의 와인 수출은 연 40억유 정도에서 정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