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이 내년도 예산안을 공개하면서 유럽의 고질병인 파업과 시위가 또다시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각국 정부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재정 위기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세금인상ㆍ사회복지 축소ㆍ교육 및 연금개혁 등을 단행하려 하나 국민들의 반발이 극심하다. 게다가 국민들의 반감을 등에 업은 각국 야당들이 정부의 긴축 예산안에 반대하고 있어 재정 적자 축소를 통해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각 국 정부와 유럽연합(EU)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4일(현지시간) 아이리시타임즈에 따르면 이날 아일랜드 정부는 오는 2014년까지 지출 삭감 100억 유로, 세수 증대 50억 유로를 목표로 하는 4개년 재정 긴축 계획안을 발표했다. 최저임금 삭감ㆍ수도세 신설ㆍ사회복지 예산 축소ㆍ공무원 감원 및 임금 삭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브라이언 카우언 총리는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으면 내년 중반부터 복지ㆍ의료ㆍ교육 등의 재정 충당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같은 날 재무부 건물 앞에서는 정부예산안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해외 취재진 앞에서 총리 퇴진과 IMF 구제금융 철회를 요구하는 구호를 반복해서 외쳤다. 시위대는 아일랜드 최대 노조인 전국노조연합(ICTU)이 26일 주도하는 시위에 동참할 것을 주변 행인들에게 촉구했다. 아일랜드에서는 노조 뿐만 아니라 야당인 통일아일랜드당도 반대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국민들의 반대 시위는 아일랜드 뿐 아니라 영국ㆍ프랑스ㆍ포르투갈ㆍ그리스ㆍ이탈리아에 이르기까지 유럽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포르투갈 정부는 오는 26일 50억 유로 규모의 지출 감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예산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나 공공, 민간 노조가 이에 반대하며 22년 만에 대대적인 동시 총파업을 벌였다. 또 영국과 이탈리아, 프랑스 등지에서는 정부 정책 반대 시위를 학생들이 주도하면서 시위 수위가 높아지고 과격 양상까지 띠고 있다.
재정적자 축소가 시급한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내부 지지도 추락 문제까지 겹치면서 유럽 각국 정부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또 각국 정부가 난관에 부딪히면서 공멸을 막기 위해 노력중인 EU의 계획에도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는 유럽 재정위기의 불씨가 조만간에 진화되기는 커녕 프랑스와 독일을 넘어 미국까지 퍼질 것이라는 암담한 전망까지 나왔다.
루비니글로벌이코노믹스의 카트리나 융겐 서유럽 담당 애널리스트는 "아일랜드나 포르투갈이 당장의 부도 위기는 넘길 수 있어도 장기적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다"며 "사회적 불안감이 계속 커진다면 정부는 더 이상 강한 액션을 취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바클레이캐피탈의 줄리안 칼로 이코노미스트는 "재정 위기국이 결국은 부유한 나라들까지 해치게 될 것"이라며 "독일, 프랑스 같은 안전한 나라들이 병약해진 형제 자매를 돌봐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NN머니는 한발 더 나아가 "유럽의 성장 지연과 침체는 세계 경제 전체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며 "유럽 문제 악화는 미국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