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최악땐 美주도 다국적군 나설수도

"한국이 동의해야…" 불구 사태 장기화땐 무력 구출작전 가능성<br>이달 5~6일 美-아프간 정상회담이 분수령…인질피해 커질 우려

한국인 인질 2명이 처참하게 살해되는 등 탈레반과 협상하는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결국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이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동료수감자 석방을 요구하고 있는 탈레반과 수감자 석방 불가를 고수하고 있는 아프간 정부가 대화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인질살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이 군사작전에 돌입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증대되는 미국 역할=미국 정부는 ‘테러집단과는 대화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인 인질 추가살해 소식이 전해진 30일(현지시간)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인질들의 가족이나 한국 정부 모두에게 지금은 분명히 힘든 시간”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아주 신중하고자 한다”며 발언의 수위를 제한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한국과 아프간 정부의 인질구출 노력에 대해 배후에서 소극적으로 지원할 수는 있겠지만 적극적으로 협상에 개입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을 치르는 동안 숱하게 자국민 및 외국인 납치 사태를 겪어오면서 줄곧 ‘테러리스트와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외교원칙을 고수했으며 자칫 탈레반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앞으로 알카에다 등 테러조직 및 무장세력의 인질납치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태해결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고 미국이 직접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탈레반의 요구도 거세지고 있어 미국 입장에서도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이번주 말로 예정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간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조치를 내놓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8월5~6일 부시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개최될 정상회담은 이번 인질사태의 최대 분수령이 되며 탈레반의 동료수감자 석방요구에 대한 수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공개적으로 인질과 수감자 교환을 지지하기는 힘들겠지만 원만한 해결을 원하는 한국정부 및 유엔 등 국제사회의 입장을 감안해 최소한의 양보를 하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무력구출도 배제 못해=탈레반이 추가로 인질살해에 나설 경우에는 미국과 아프간 정부가 군사작전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아프간 정부는 한국이 군사행동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하지만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빠질 때는 탈레반을 일격에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서는 미국이 군사작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만약 다국적군 등이 인질석방 작전에 돌입한다면 한국인 인질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특히 탈레반이 단순 범죄조직의 규모나 전술을 훨씬 뛰어넘는 거대 무장세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력사용을 통한 강제적인 사태해결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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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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