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금자 변호사 ‘법보다…’ 출간<br>“내부고발자 찾아보기 힘든 집단” 재판부·검찰 관행에 문제 제기<br>“공정한 시스템없어 약자만 고통” 20여년 변론 경험 상세히 묘사
“법조계는 내부 고발자(whistle blower)를 찾기 힘든 아주 보수적 집단입니다”
사법개혁이 한창이라고 하지만 칼자루를 쥔 법원과 검찰에 맞서야 하는 변호사로서 기존 법조계를 공개적으로 질타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구조적 비리와 그릇된 관행을 비판하는 소수자들은 침묵하는 다수들에게 ‘튄다’는 빈정거림을 받기 십상이다. 지난 94년 TV 법률상담 프로인 ‘오변호사, 배변호사’로 유명해진
배금자 변호사(사시 27회ㆍ사진)는 법조계에 몇 안되는 ‘튀는’ 변호사 중 한명이다.
5년간 공익 담배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배 변호사는 담당 판사가 ‘전문가 감정서’를 요약문 형태로 언론에 배포하자 사건을 호도하고 있다며 대법원에 해당 판사 징계를 요청한다. 그런가 하면 모 결혼사기 사건에서는 검찰이 주요 당사자를 소환조차 않고 있다며 직접 담당 검사에게 변호인, 당사자와 ‘커넥션’이 있냐고 맞받아친다.
비판의 대상인 재판부와 검찰은 법조계의 관행과 합리를 공연히 문제 삼는다며 배 변호사의 ‘돌출’ 행동을 이성이 아닌 감정의 산물이라고 주장하기 일쑤다. 배 변호사는 이에 대해 “공정한 재판과 수사를 위한 시스템 부재로 약자만 고통받고 있다”며 “시스템을 고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고 반박한다.
그는 “얼마전 신성한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식칼로 목 부위를 난자당해 중상을 입은 증인을 대리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또 다른 공익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배 변호사는 지난 20여년간 이 같은 공익소송을 비롯, 이혼ㆍ성매매ㆍ사기 사건을 변론하면서 겪은 약자의 비참한 처지와 법조계의 부조리 경험 등을 공유하고자 최근 ‘법보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책을 펴냈다.
배 변호사는 “세상의 시비를 마지막으로 판결하는 사법부는 반드시 ‘정의’의 기능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많은 비판을 해왔다”며 “진심어린 충정에서 법조계의 일을 세상에 알리고 세상이 변하는 만큼 법조계도 달라지기를 희망하자는 의미다”며 집필 동기를 밝혔다.
책 속에는 지난 2000년 ‘군산 성매매 여성 화재참사 사건’으로 국가상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 대법원에서 성매매 여성이 포주로부터 빌린 돈은 무효라는 첫 판결을 얻어내는 기쁨의 순간이 묘사되는 등 중요 사건의 궤적이 세세히 적혀있다.
배 변호사는 공익소송을 제기하면 언론에 적극적으로 알린다. 이를 두고 법조 일각에서는 ‘마케팅 술수’니, ‘정치 발판’을 위한 것이라는 등 말이 많다. 그는 “방송 활동 등으로 유명세를 타던 지난 96년 여러 차례 정치 입문 제의를 받았지만 전문 변호사로서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모든 것을 접고 미국 하버드대로 유학을 떠났었다”며 “유학을 전후해 불교에 심취, ‘참나’가 이끄는 정신가치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