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훈련기사업 궤도진입 난항/“양해각서도 체결않고 졸속 시행/미 기술이전 기피 불이익 불보듯”/참여업체끼리 불협화도 걸림돌고등훈련기(KTX2) 개발사업이 정부의 협상미숙과 업체간의 갈등으로 이륙도 못한 채 추락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정부와 주조립사인 삼성항공은 한미정부간 기술이전 내용과 제3국 수출문제 등을 규정해야 할 양해각서(MOU)도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 미국측에 끌려다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방부는 오는 2005년까지 1조6천억원을 들여 시제기를 개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와 삼성은 이의 조속한 시행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우주항공 등 다른 업체는 양국간 MOU체결도 안돼있으며 사업비가 2조원 이상으로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핵심기술이전에도 차질이 있을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갈등의 발단=국방부가 지난달 30일 방위력개선위원회를 열어 유사시 무기를 장착할 경우 경전투기로 활용할 수 있는 KTX2 체계개발에 착수키로 하고 예산배정을 했다고 발표하면서 부터 시작됐다.
국방부는 이 계획에서 올해부터 2005년까지 총 1조6천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1단계로 2003년까지 1조2천억원 중 정부가 70%인 9천억원을 분담하고 나머지는 주계약사인 삼성을 비롯 대우중공업·대한중공업 등 12개 협력업체가 맡도록 했다.
국방부는 지난 92년 공군의 주력전투기로 F16을 미국의 록히드 마틴사로 부터 도입하면서 대응구매계약(오프셋)방식으로 KTX2에 대한 기술이전을 통해 국내업체가 조립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상반된 업계 입장=주조립업체로 선정된 삼성은 국방부의 사업착수 결정으로 오는 99년이면 면허생산이 끝나는 F16사업 이후의 일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숨통이 트였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다른 업체들은 이 사업의 이륙자체가 불투명하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양해각서 등 사업추진에 앞서 해결돼야 할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강행, 미측의 기술이전 기피 등으로 국내업체들이 원하는 전투기개발을 위한 기술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대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2000년대 일감부족을 걱정해서 다급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측에 협상주도권을 빼앗겨 기술확보와 사업비 등에서 많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항공기의 핵심기술 자립화를 위해 직도입하는 것보다 비싼 로열티를 미국에 지급하고 들여오는 의미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 의회가 첨단기술이전을 우려, 관련법안의 의안통과를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부와 삼성은 주날개(주익), 전장품, 비행조정장치 등 핵심부품을 기술이전 업체인 록히드 마틴사에서 직구매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다른 항공업체들은 이들 부품은 충분히 국산개발할 수 있고 또 반드시 국산화시켜야 하는데도 직구매하는 것은 항공산업의 대외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직구매의 문제점을 지적한바 있다. KDI와 업계에서는 대안으로 국제공동개발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한미간 정부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개발비의 과도한 증액 ▲핵심기술이전의 차질 ▲생산제품의 제3국 수출 불투명 등의 가능성이 있는데 따른 것. 따라서 유럽항공업체를 끌어들여 독자개발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기술이전협상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이의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