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유동성위기 빨리 올수도

한은 1,739개 기업 '현금흐름 이자보상비율' 조사<br>제조업체 10곳 중 1곳 이자가 현금 수익 16배


제조업체 10곳 중 1곳꼴로 부담하고 있는 금융 이자가 현금 영업이익의 16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불황이 길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현금 흐름이 악화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금처럼 환율의 급락 추세가 이어지면 기업에 유동성 위기가 예상외로 빨리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한국은행이 최근 국내 1,739개(상장 1,549개, 비상장 190개) 기업의 '현금흐름 이자보상비율'을 조사한 결과 올해 1ㆍ4분기 제조업체 가운데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으로 금융 이자를 모두 갚지 못한 기업이 전체의 36.7%에 달했다.


비제조업체의 34.0%도 이러한 상황이다. 이러한 현금흐름 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의 영업이익 중 현금으로 이자를 얼마나 갚을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영업이익에는 현금 외에 어음도 있지만 이자로 어음을 낼 수 없다. 때문에 비율이 100%라면 영업활동 이익(현금)과 이자비용이 같다는 뜻이며 100%를 밑돌면 현금으로 이자를 모두 내지 못한다는 의미다.

현금흐름 이자보상비율이 100% 아래인 기업인 순유출기업만 따져보면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제조업 순유출기업 중 중위업체(표본의 중간)의 현금흐름 이자보상비율은 -555%였다. 제조업체의 9.2%를 차지하는 하위 25%만 떼내 보면 이 비율은 -1,562%까지 치솟는다. 영업으로 100원을 벌어올 때마다 이자로만 1,662원을 써야 하는 셈이다.


비제조업체는 더 심각하다. 비제조업 순유출기업 중 중위업체는 -437%였지만 하위 25%(전체 비제조업체의 8.5%)에서는 무려 -2,240%에 이른다. 현금 영업이익 100원당 이자가 2,340원인 꼴이며 이는 지난해보다 172%포인트 더 떨어진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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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상은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상반기 5.3%에서 올해 상반기 4.3%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매출 증가율은 10.3%에서 3.7%로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은이 매달 조사해 발표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봐도 제조업의 자금사정 BSI는 올해 4월 91에서 9월 82로 내려갔다. 비제조업의 자금사정 BSI 역시 같은 기간 89에서 10월 79로 급락했다. BSI가 100 아래면 자금 사정이 악화했다고 답한 기업이 더 많은 뜻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우리 경제의 회복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업이 이자 내기에 급급해 설비투자에는 나설 수 없어서다. 실제로 한은에 따르면 3ㆍ4분기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6.0%로 2분기 연속 줄었다. 때문에 3ㆍ4분기 성장률이 3년 만에 1%대로 주저앉았다.

기업의 재무 건전성도 걱정이다.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업이 내부유보금이나 영업 외 이익으로 당장은 버틸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환율ㆍ유가 등 외부충격이 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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