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또 벤처 거품 안된다

새로울 것 없는 창조경제라는 단어만큼이나 창조경제 수단 또한 창조적이지 않아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의 실패한 정책인 벤처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15일 벤처 생태계 선순환 구도를 구축하는 데 방점을 찍은 정책을 내놓았다. 기존 정책이 창업초기 기업에 초점을 뒀다면 이번에는 벤처자금의 병목현상을 해소하고 대기업이 벤처를 보다 쉽게 사들일 수 있도록 했다. 대기업에 유인을 제공한 것은 방향성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지금 대기업 만한 현금창고도 없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 집단의 계열사 수가 적니 많니 타박하고 있고 시민단체들이 문어발 확장을 성토하며 경제민주화를 들이미는 상황에서 인센티브 갖고는 그 효과가 영 미지수다. 시퍼렇게 국민정서법이 살아 있지 않은가.

나머지 정책들도 기존 것을 좀 더 확대하거나 수정했을 뿐 그다지 새로울 게 없다. 세제와 금융지원이 확대됐고 규제 완화가 더해졌을 뿐이다.


여하튼 정부가 벤처에 돈파이프를 거칠게 꼽고 있으니 십 수년 전처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돈이 벤처에 쏠릴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정부는 벤처 버블의 대재앙을 기억해야 한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를 극복한다는 명분하에 벤처만이 희망인 듯 코스닥 투기판을 조장했다. 온갖 정책과 막대한 예산, 감언이설을 동원해 벤처 열풍을 일으켰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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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벤처들이 난립했고 투자자들은 머니게임에만 치중했다. 기업가들의 '먹튀' 또한 비일비재했다. 그 결과 개인투자자들은 한강을 자주 찾았고 사장님들은 '큰방(교도소)'신세를 졌다.

더 큰 문제는 벤처생태계가 꽃도 못 피우고 사그라진 점이다. 그러나 책임진 공무원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일부는 중소기업청장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사회가 고령화되고 경제가 활력을 잃어갈수록 열정적이고 참신한 기술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시장의 파이를 늘리는 일은 필요하다. 그렇다 해서 돈 퍼주기, 묻지마 투자, 모럴 해저드식 재기 지원은 안 된다. 버블만 키우다가는 창조경제는 물 건너가고 곪아터진 투기경제만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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