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무장세력에게 살해된 고 배형규 목사의 시신이 30일 오후 국내에 운구돼 경기도 안양샘병원에 임시 안치됐다. 배 목사의 형 배신규(45)씨는 이날 분당타운 피랍자 가족모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인의 시신은 유가족의 위임을 받은 대리인(박상은 안양샘병원 원장)을 통해 인수, 장례절차가 진행될 때까지 안양샘병원에 임시 안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장례일정은 피랍자들이 전원 석방된 후에 시작할 예정이며 그때까지 고인에 대한 일체의 추모행위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시신 인수절차 및 부검과 관련해 배씨는 “시신은 박상은 안양샘병원 원장이 인천공항에 나가 인수하기로 했다”며 “부검은 정부와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씨는 시신기증과 관련해서는 “시신 상태가 기증이 가능한 정도로 알고 있다”며 “장례절차를 마친 뒤 (서울대병원에) 시신을 기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배씨 등 유가족들은 시신 인수를 위해 인천공항으로 나가지 않고 석방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22명의 피랍자 가족들과 함께 모여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한편 국내외 언론을 통해 아프간 피랍자들의 육성이 잇따라 공개되고 있는 가운데 피랍자 가족모임은 이날 “납치세력의 전략에 휘말릴 수 있으므로 육성 공개에 반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피랍자 가족모임의 차성민(30) 대표는 “(육성 공개는) 예상된 수순이고 전략이기 때문에 리액션(reaction)을 취하지 않기로 했다”며 “피랍자들의 목숨이 거래가 되는 기분이 들고 가족들 모두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랍자 가족모임은 전날 밤 일본 NHK방송이 전화통화한 김지나ㆍ심성민씨에 대해 가족의 확인을 요청했으나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