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보험 시장은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가 서로의 영역을 넘나드는 신상품의 판매가 예정돼 있어 앞으로 일대 격전이 벌어진 전망이다. 내년 생ㆍ손보 설계사의 ‘교차 판매’에 앞서 본격적인 ‘영역 파괴’가 시작되는 것.
우선 생보업계는 개인 대상의 ‘실손보상’ 보험을 판매한다. 이 상품은 계약자의 실제 손해액만큼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최근까지 손보사 고유의 상품이었다. 그러나 이달말부터 생보사에게도 허용돼 일부 대형사를 중심으로 상품 개발을 완료하고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다.
반면 손보사들은 종신 보장이 가능한 질병ㆍ상해보험 판매에 나선다. 종신 보장이 가능한 상품은 ‘실손보상’ 상품과는 반대로 생보사만이 판매 할 수 있었지만 이 상품 역시 손보사 취급이 허용된 것.
고객 입장에서는 같은 종류의 보험이라도 전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해 가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이와 함께 올해 보험시장은 ‘변액보험’ 열풍 그 자체 였다. 이런 추세는 올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증권 시장이 연일 강세를 보이면서 관련 상품의 수익률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변액보험은 투자 수익률에 따른 추가 이익과 함께 ‘보험’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보장도 매력이기 때문에 ‘기왕 보험에 가입할 거면 변액보험에’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생보사의 ‘실손보상’ 보험 판매에는 앞으로 건강보험 시장에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상해나 질병이 발생했을 때 이를 보상하는 건강보험은 실손보상을 해주는 상품이 계약자에게 유리할 수 있기 때문. 생보사들이 이제까지 판매한 건강보험은 ‘정액보상’ 상품이었다.
즉 보험사가 정한 특정 질병이나 상해 사고를 당하거나 이로 인해 수술 또는 입원을 하게 되면 확정돼 있는 보험금이 지급돼 있는 방식. 그러나 ‘실손보상’보험은 계약자가 이런 사고를 당했을 때 국민건강보험으로 해결되지 않는 비용 일체를 지급하는 식이다.
계약자 입장에서는 사고를 당했을 때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을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품이다.
현재 삼성ㆍ대한ㆍ교보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이 최근 상품 개발을 마치고 판매 개시 시점을 저울질 하고 있는 중이다. 생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일부 생보사는 상품 개발을 완료했지만 이 상품 판매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하고 시장 상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판매 개시를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손해보험사들은 다음달부터 ‘종신형’ 상해ㆍ간병 보험을 판매한다.
종신형 상해ㆍ간병보험이란 보험 가입 후 어느 시점에 상해사고를 당하거나 간병이 필요한 상태가 돼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상품. 현재 손보사 상품은 가입 후 15년까지로 만기가 제한돼 있다.
예를 들어 손보사의 현행 운전자보험의 경우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사망할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한이 가입 후 최장 15년이었으나 9월 이후로는 계약조건에 따라 종신토록 보장을 받을 수 있다.
만기가 없는 상해ㆍ간병보험을 개발해 판매하게 되면 보험료 납입기간을 늘일 수 있고 이에 따라 손보사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월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질병에 따른 사망에 대한 만기는 현행대로 80세, 보장금액 역시 최고 2억원으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손보사들도 생보업계 고유 영역이었던 종신보험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기존 건강보험의 만기 및 보장 범위를 수정하는 한편 신상품 개발 작업에 착수 했다.
이미 생보업계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잡은 ‘변액보험’에도 하반기 변화가 예상된다. ‘변액유니버설보험’의 경우 폭발적인 판매고를 기록중인 ‘적립형’ 대신에 사망보장 기능을 강화한 ‘보장형’ 위주의 판매가 예상되는 것. 이는 저축형상품인 ‘적립형’의 판매가 예상보다 많아 생보사들이 수익률 관리 등에 애로를 겪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변액보험에 한해서는 보험사가 설계사 수당이나 일반관리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쓰는 ‘신계약비’를 중도해약이나 만기 시점에 공제하는 ‘사업비 후취’ 상품이 등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