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경제 곳곳에서 경기회복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2ㆍ4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2.3%라는 놀라운 실적을 나타냈다. 금융시장에서도 주가가 1,600선을 바라보는 가운데 시장금리는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무역수지 흑자, 외국인 자금 유입 등으로 원ㆍ달러 환율이 머지않아 1,100원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V자형 회복가능성도 거론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도 개선되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우리 경제는 이미 회복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국내외 여건을 살펴볼 때 V자형 회복을 말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회복신호는 부양책 덕분
2ㆍ4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상회한 배경을 살펴보자. 알려진 대로 이는 정부의 경기부양 대책에 힘입은 바 크다. 조기 재정집행 등으로 정부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다.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3.3% 증가했는데 이는 자동차 소비세 감면조치에 힘입어 자동차 내수판매가 6월 중 전년 동기 대비 46%나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재정지출과 감세가 없었다면 2ㆍ4분기 전기 대비 성장률은 0%에 머물러 성장동력은 여전히 취약한 실정이다. 실제로 감세조치가 종료되자 7월 중 자동차 내수판매 증가율은 11%로 급락했으며 신용카드 국내승인액도 6월 두 자릿수 증가율에서 7월에는 다시 7%대로 하락했다. 이는 향후 정부의 재정지원 여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민간 자력에 의한 소비증대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음을 시사한다.
설비투자와 고용사정이 계속 부진한 점도 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4ㆍ4분기부터 두 자릿수 감소세를 이어오다가 6월 들어 한 자릿수로 감소폭이 둔화됐다. 그러나 이도 노후차 세제지원으로 운송장비 투자가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7월에는 다시 감소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용사정 악화는 더욱 심각하다. 6월 중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에 비해 4,000명 증가하면서 6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는 정부의 일자리창출 대책에 따른 착시효과라 할 수 있다. 노동력의 중추세력인 30대와 40대의 고용사정은 외환 위기 이후 최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대와 50대 이상의 취업상황 개선도 청년인턴 사업과 희망근로 사업 등 정부의 단기지원에 따른 임시직 위주의 반짝 효과라는 한계가 있다. 구직단념자와 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한 유사실업률은 7%대 중반 수준이다.
최근 금융 위기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력이 약화됐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투자와 고용이야말로 잠재성장력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이라는 점에서 이들 지표가 개선되지 못할 경우 앞으로도 상당기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력은 낮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체질 강화·잠재성장력 높여야
해외 여건도 만만치 않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원ㆍ달러 환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지금처럼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를 통한 달러화 공급이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주요국들이 점차 유동성을 환수할 경우 외국인 자금의 유입도 위축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주요 수출시장인 선진국의 소비가 상당기간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내수부양에 힘입어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호조를 보였던 대중 수출도 약화될 소지가 있다.
이처럼 우리 경제의 앞길에는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설익은 경기회복 분위기에 취해 경제체질 강화를 소홀히 할 경우 잠재성장력을 다시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 이번 위기로 우리 경제의 불안 요인들이 노출됐다. 우리 경제가 외부충격으로 더 이상 좌초되지 않도록 드러난 문제점들을 정비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만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