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유가 인상의 책임

국제 원유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고 곡물가격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원자재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달러 약세로 인한 투기자금이 이 시장의 거품을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인플레이션을 기대한 돈도 몰리고 있다. 모든 문제는 수요와 공급 관계로 귀결된다. 아무리 투기 의사가 있더라도 공급량이 충분하다면 투기를 실행할 수는 없다. 공급이 수요를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에 가격이 급등하고 투기도 하려는 것이다. 초과 수요가 문제가 되고 있다. 거대한 인구를 가진 중국ㆍ인도에서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는 게 기본적인 원인이다. 이들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원자재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친디아’로도 불리는 이 두 나라의 인구 합계는 거의 25억명. 전세계 인구의 37%를 차지한다. 이들의 경제성장은 그동안 다른 나라들의 경제성장과는 차원을 달리할 정도로 많은 원자재를 필요로 한다. 중국과 인도의 경제가 당분간 성장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원자재값은 향후에도 계속 강세를 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얼마의 원자재를 사용하고 있는지 세부적으로 보면 다른 관점이 가능하다. 지난 2006년 중국의 원유소비량은 하루 평균 744만배럴(BP 자료)이다. 한국 231만배럴의 3배다. 하지만 1인당 소비량은 0.0056배럴로 한국 0.0472배럴의 8분의1에 불과하다. 미국은 0.0684배럴이다. 만약 중국인이 한국인만큼 원유를 사용한다면 전세계 수요량은 지금의 몇 배로 늘어날 것이다. 유가 200달러 시대가 상상 속만의 이야기는 아니게 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중국에게 여전히 원유 소비가 적은 후진 상태에 머물러 있으라고 할 수는 없다. 풍족히 쓰고 잘사는 것은 인류의 공통된 욕망이기 때문이다. 결국 모두가 에너지 소비를 줄이거나 대체에너지 개발에 나설 수밖에 없다. 한국이나 미국 등 상대적으로 더 잘 사는 나라들이 소비를 줄여야 한다. 원자재 가격 인상에 대해 누구 다른 쪽을 탓할 수는 없다. 우리 스스로가 에너지 사용을 줄이지 않고 중국과 인도를 탓한다면 ‘사상 최고치 경신’이라는 뉴스는 앞으로도 계속 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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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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