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원칙허용'으로 전환, 특정행위만 금지를

[국가 시스템 개조하자] <3> 인허가에 발목 잡힌 창조경제<br>■ 인허가제도 개선 방향

인허가 개선방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제도는 '원칙허용인허가제'다.

기존 인허가제도는 국민들이 구체적인 사업이나 영업을 할 때 원칙적으로 모든 행위를 금지한 상태에서 '해도 좋은' 행위를 열거한다. 일종의 '포지티브' 시스템이다.

원칙허용인허가제는 이와 반대다. 기본적으로 모든 행위에 'OK' 사인을 주고 특정 행위만 금지한다. 자연히 운신의 폭이 넓어지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자기 사업에 녹여 넣을 수 있다. 기술과 산업이 융복합하는 일명 창조경제에 걸맞은 규제제도다.


정부도 2010년 원칙허용인허가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대대적으로 선언한 적이 있다. 총 372건의 법령을 손질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지난해 4월을 기준으로 국회를 통과한 원칙허용인허가제는 고작 6개 법령에 그쳤다. 취지는 좋았으나 태생적으로 법리적 취약성을 안고 있었고 명확한 입안기준도 없었던 게 실패 이유다. 그 사이 인허가제도 개편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문을 닫았고 법제처 내 국민불편법령개편팀도 소리소문 없이 통폐합됐다.

관련기사



법제처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인허가제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원칙허용인허가제에 대한 이론적ㆍ실무적 기초를 다시 한번 닦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허가 기준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양한 법률과 명령ㆍ행정규칙 간의 인허가요건 규정을 적절히 나눠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비슷한 내용의 인허가를 받기 위해 여러 행정기관과 지자체를 돌아야 하는 낭비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인허가사전협의제도 가능한 대안으로 꼽힌다. 민원인이 인허가 가능성에 대해 사전협의를 벌이거나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강화하면 행정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인허가 기간을 법적으로 정하면 시간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인허가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 제고도 중요한 과제다. 공무원들이 업무에 정통하도록 직무설계를 구체화해야 한다. 동시에 시대변화에 따라 특정 규제가 새로 만들어질 경우 외부에서라도 전문인력을 충원해야 하며 인허가협의체를 구성해 원스톱 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허가 절차를 개선하면서 투명성 확보, 편의성 도모, 담당기관 조직개선 등의 숙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허가 규제완화 이후 제대로 된 후속대응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대책을 만들고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정부의 고질병을 막기 위해서다. 사후대책이 부실한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양현봉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인허가 관련 규제를 풀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 기업이나 사업자들이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일범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