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는 대부분 치명적이진 않지만 무척 성가시고 짜증나게 한다.우선 증상이 그렇다. 참을 수 없이 눈물이 쏟아진다거나 피부를 도려내고 싶을 만큼 가렵다. 코가 막혀 숨쉬기가 불편한 경우도 많다. 보는 이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당하는 이는 참기 힘들 정도로 괴롭다.
산업이 발전할수록 알레르기 환자는 증가 추세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학계는 「문명에 익숙해질수록 자연과 멀어지고 면역체계에 혼란이 오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알레르기 환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전체 인구의 20%가 알레르기 환자로 나타나났다. 우리나라도 매년 알레르기 환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면역체계가 약한 어린 아이들중에 알레르기 환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알레르기는 치명적이지 않다. 하지만 알레르기성 천식 등 생명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없지 않다. 사람에 따라서는 치명적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알레르기를 완치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알레르기 치료제로 쓰이는 약품은 「항히스타민제」와 「부신피질 호르몬」이 주류. 그러나 이들은 모두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알레르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없애는 게 아니라 증상이 나타났을 때 이를 완화시키는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이들 약품은 독성이 강해 경우에 따라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처럼 아직까지도 알레르기를 완전히 없앨 수 있는 약품이 개발되지 못한 것은 알레르기의 직접적인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광대 김형민(金炯珉)교수(약학대학 한약학과)는 수년간의 연구 끝에 세계 처음으로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을 밝혀냈다. 金교수의 연구업적은 알레르기를 완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이다.
金교수는 『사람의 비만(肥滿) 세포에 들어 있는 변형 성장인자(TGF)가 알레르기를 발생시키는데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쥐를 이용한 생리학적 실험 결과 알레르기 유발 물질로 비만 세포를 자극하면 TGF의 운동이 활발해지며 알레르기 질환이 발생한다. 그러나 TGF의 활동을 억제하는 특수 약품을 주입하면 알레르기 질환이 발생하지 않고, 당연히 비만 세포에서 TGF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金교수는 이같은 사실을 들어 『TGF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게 틀림 없다』며 『이를 억제할 수 있는 약품을 개발한다면 알레르기를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金교수는 『알레르기 치료약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金교수는 이같은 실험 결과를 미국의 저명한 면역학회지인 「면역저널」 4월호에 게재, 알레르기 관련 세계 학자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金교수가 알레르기에 처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 원광대 약학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 은평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시절이다. 당시 金교수는 수많은 알레르기 환자를 만났으나 이를 완치할 수 있는 약품이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약국을 정리한 뒤 학문의 세계로 발길을 돌렸다. 중앙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원광대로 돌아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金교수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90년 일본에 건너가 알레르기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오사카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93년 모교인 원광대로 돌아온 金교수는 96년 신설학과인 학약학과 학과장으로 발령을 받으면서부터 4년간 알레르기에 관한 70여편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할 정도로 알레르기 연구에 왕성한 의욕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알레르기 치료에 효과가 있는 한약재 30여종을 발굴한 것을 비롯해 알레르기의 근본 원인을 규명해낸 것이다. 金교수는 특히 이 기간동안 국내 대학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게 학부생 20여명이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할 수 있도록 지도함으로써 우리 대학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기도 했다.
金교수 덕분에 알레르기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섰다. 金교수는 요즘 미국의 유명 병원이나 대학으로부터 알레르기에 관한 E-메일 문의를 받고 답신을 해주느라 바쁘다.
이균성기자GS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