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뜨거운 감자' 예술학교 설치법

홍병문 기자 <문화레저부>

국립예술교육기관인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석ㆍ박사 학위를 인정하는 과정을 두는 것을 골자로 한 ‘한국예술학교 설치법’이 요즘 예술계와 교육계의 최고 이슈다. 오는 6일 개회하는 임시국회에 상정된 ‘한국예술학교 설치법’을 두고 교육부와 문화부, 예술대학과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예술학교 설치법을 두고 벌어진 의견대립의 발단은 이렇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전문 예술가 양성을 염원하는 예술계의 바람을 바탕으로 지난 93년 음악원ㆍ연극원ㆍ영상원 등 6개원으로 출발했다. 문제는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이론 없는 실기교육은 없고, 다른 대학과 협동과정 등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석ㆍ박사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하면서 불거졌다. 그동안 100여회가 넘는 국제경연대회 입상 실적으로 예술적 성과는 이미 인정받았다는 자부심도 이 같은 요구에 힘을 실어줬다. 이 때문에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이미 99년 기존 예술대학들의 강한 반발로 무산된 관련 법안의 국회통과를 6년이 지난 지금 다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반해 예술대학들은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예술가를 양성하라고 설립된 곳인데 이제 와 석ㆍ박사 학위 과정을 두는 것은 공교육 파행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상급기관인 문광부와 예술대학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교육부 또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결론이 쉽지 않을 것 같은 이번 사안은 단순하게 보면 해답이 오히려 명료해진다. 방향 감각을 잃은 배는 폭풍 속에서 큰 시련을 맞을 수 있다.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 배는 이곳저곳 경유지를 거칠 수 있다. 하지만 배가 결국 가야 할 곳은 목적지다. 경치 좋은 섬에서 잠시 머무를 수는 있지만 도착지는 따로 있다는 얘기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상급기관인 문광부는 원했던 목적지를 제대로 가고 있는지, 혹시 방향감을 상실한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살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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