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반영땐 5개은행 BIS 8% 미달30일 공개된 은행권의 잠재부실은 각 은행의 재무현황을 투명하게 드러냄으로써 시장의 불신을 더는 데 일조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은행별로는 극심한 편차를 드러내 일부 은행은 부실의 심화로 심각한 위기상황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잠재손실을 반영해 상반기말 재무지표를 작성할 경우 BIS비율이 8%를 밑도는 은행도 5개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당혹한 금융감독원은 워크아웃여신에 대한 충당금설정 기한을 유예해줄 방침이지만, 이미 잠재부실 내역이 공개된 마당에 6월말 재무지표만 일시적으로 덮어두는 임시방편이 과연 해당은행들의 대내외 신인도 실추를 막을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은행별 편차 극심=잠재부실을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넉넉히 적립한 초과 충당금 환입분으로 인해 추가손실과 충당금 추가적립액이 「제로」인곳이 있는가하면 일부 은행은 7,000억원대를 잠재손실이 예상되는 등 은행별로 예상밖의 격차가 벌어졌다.
주택·신한은행등은 예상대로 초과충당금의 수혜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고 조흥은행은 의외로 「잠재손실 제로」의 획기적인 성과를 올려 관심을 모았다. 아남반도체등 일부 워크아웃업체가 정상화되면서 대규모 충당금 환입요인이 발생했기 때문.
반면 한빛·서울은행은 일부 워크아웃기업에서 상당한 추가부실이 드러나 고전을 면치 못하게됐다. 잠재손실 규모가 큰 한빛·서울은행은 1·4분기말 BIS비율이 각각 9.44%, 10.43%로 기준치를 넉넉히 넘어섰지만 충당금 추가적립 필요액이 7,000억원대에 달해 상반기말 8%의 비율을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평화은행은 4%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방은행 중에는 광주·제주은행이 잠재손실을 반영했을 경우 BIS비율 8%를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은행은 외화후순위채 2억달러 발행을 성사시켜 잠재손실을 반영하더라도 8.5%대의 비율을 맞출 수 있게 됐으며, 조흥은행은 10%의 비교적 높은 비율을 유지할 전망.
◇금감원, 또 다시 미봉책=이처럼 잠재손실이 공표된 이상 6월말 결산에 이를 반영하는 게 당연하지만 금감원은 워크아웃업체에 대한 충당금설정규모를 현행 특례(2~20%)대로 유지, 늦으면 연말까지 사실상 잠재손실 반영을 유예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대해 금감원은 워크아웃 업체에 대한 지원문제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
잠재손실액을 역산하면 이익이 어떻게 될지, BIS비율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뻔히 드러나는데도 공식 회계처리상으로는 이를 덮어둔다면 「잠재부실 공개」의 취지를 거스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시장에 공개되는 상반기 은행결산결과의 신뢰도와 기준에도 문제가 생긴다. 우량은행들은 대부분 이번 결산시 잠재손실을 전액 반영해 제대로 충당금을 적립할 계획이다. 이에비해 손실규모가 큰 곳은 「워크아웃 충당금 특례」를 종전대로 따를 전망이어서 균형이 맞지 않게 된다.
성화용기자SHY@SED.CO.KR
박태준기자JUNE@SED.CO.KR
입력시간 2000/06/3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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