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본질은 정치가들의 안위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잘살게 하는 것입니다." 최근 자서전 '흔들어라, 나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를 출간한 김창준(71) 전 미 연방 하원의원은 11일 한국의 정치 현실에 대해 처음부터 쓴소리를 쏟아냈다. "정치가 별겁니까. 정치의 기본은 안보(Safety)와 번영(Welfare)입니다. 나라를 안전하게 지키고 국민을 잘살게 하는 것이죠. 그런데 한국은 거꾸로 국민들은 갈수록 살기 힘들다는데 정치가들의 재산은 늘어나더군요." 김 전 의원은 한국의 정치를 1류로 만들기 위해 먼저 공청권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헌법 1조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했는데 한국은 모든 권력이 공천권으로부터 나오는 것 같다"며 "국민이 국회의원에게 권력을 준 적이 없는데 공천권을 내세워 나눠먹기식으로 의원을 뽑는 것은 올바른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의원은 "국회의원의 역할은 국민의 대변인인데 공천권 제도가 있으니 지역민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잇단 비리도 공천권 제도 때문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는데도 고치지 않는 것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961년 보성고를 졸업한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설립한 고속도로ㆍ하수공사 설계회사 제이킴엔지니어스를 캘리포니아주의 500대 중소기업으로 키워냈다. 1990년대 캘리포니아주 다이아몬드바 시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한 김 전 의원은 2년 만에 시장이 됐다. 뒤이어 1992년 캘리포니아주 제41선거구 연방 하원의원이자 아시아계 최초로 미 공화당에 입성했으며 세 차례 연이어 당선됐다. 그는 "미국 내 한인 커뮤니티가 아니라 주류사회로 들어가기 위해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사업을 시작했다"며 "정치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도 미국 사회의 중심에 섞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의원은 "200달러를 들고 낯선 땅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앞이 막막했지만 처음부터 시작한다고 다짐했다"며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바닥으로 내려가보니 성격이 바뀌면서 세상을 적극적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아메리칸 드림'을 키우며 힘겹게 보낸 그의 20대에 신념처럼 다가온 말이 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유명한 대사'내일은 새날이 밝는다(Tomorrow is another day)'가 그것. 김 전 의원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새로운 내일이 온다고 다짐하면서 고비를 넘겼다"며 "내일은 단순히 새날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24시간이 주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 이후 미국에서 아직 한국 출신 국회의원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는 "지역민의 고충을 해결하고 이를 정부에 설득하는 국회의원은 좋은 학벌이 아니라 시민의 대변인 역할을 얼마나 충실히 하는가에 당락이 좌우된다"며 "하버드ㆍ스탠퍼드 등 최고 학벌의 미 국회의원을 찾기 힘든 것도 같은 맥락"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