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건설사 "회사채 발행하기 힘드네"

수요 예측 미달로 금리 껑충<br>신용 높은 대형업체도 맥못춰


지난해 극동건설의 법정관리 여파로 급격히 위축된 건설사 회사채 시장이 연초에도 수요예측 미달 속출로 발행금리가 고공행진을 벌이면서 꽁꽁 얼어붙고 붙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용등급 ‘A’인 롯데건설은 오는 13일 발행하는 3년만기 회사채 2,000억원에 대한 기관 수요 예측을 실시한 결과 900억원만 참가해 0.4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발행금리도 높아졌다. 롯데건설은 당초 국고채 3년물에 ‘0.90~1.00%’포인트를 가산한 금리를 원했지만 1.05%의 가산금리가 붙은 3.81%로 최종 발행금리가 확정됐다.


금리가 올라간 것은 롯데건설과 기관투자자들의 시각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한 물량 중 롯데건설의 발행 희망금리를 충족한 규모는 400억원에 불과했고 나머지 500억원은 1.10%의 가산금리가 붙는 것을 원했다.

건설사 중 최고 등급을 받고 있는 GS건설(AA-)도 굴욕을 맞봤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회사채(3,800억원) 발행에 나섰던 GS건설은 당초 시장 위축을 감안해 민간신용평가사들이 매기는 ‘AA-’금리(3.07%)보다 훨씬 높은 희망금리밴드를 써냈다. 하지만 이 같은 저자세에도 기관의 반응은 냉담했다. 3,200억원 규모의 3년물 회사채에 대해서는 700억원, 600억원 규모의 5년물에는 500억원만 청약이 들어왔다. 이에 따라 3년물은 당초 공모희망금리밴드 상단에 0.06%포인트를 추가한 3.54%에 발행해야 했다.


SK건설(A+)도 사정은 마찬가지. 총 2,000억원 발행에 나선 SK건설은 기관 수요 예측에 1,700억원만 참여해 흥행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3년만기 1,000억원 회사채 금리는 희망금리(3.80~3.95%)보다 훨씬 높은 3.99%로 발행이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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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발행에 선뜻 나서지 못한 기업도 있다. 두산건설은 앞서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 상반기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상환을 결정한 바 있다. 회사채 시장에서 제대로 대접을 못 받을 것으로 보이자 최대주주의 수혈을 받아 유동성 위기를 모면하기로 한 것이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맥을 못 추는 것은 오랜 업황 부진으로 체력이 바닥난데다 지난해 극동건설의 법정관리 여파로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에 나서는 것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민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건설사들이 예전과 달리 발행 희망금리를 높여서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지만 업황이 워낙 부진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극동건설 부실 사태 이후 기관들이 A-등급 건설사 회사채도 쉽게 투자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채권 담당 애널리스트는 “최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국고채와 회사채간 스프레드가 줄어드는 상황이지만 건설업종은 남의 얘기”라며 “채권시장에서 다른 업종과 건설업종간의 양극화 현상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건설업종을 살리기 위해 금융당국이 최근 프라이머리 담보부증권(P-CBO) 발행 대상을 중견 건설사에서 대형건설사로 확대하기로 한 점은 건설사에 그나마 숨통을 틔워줄 전망이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계 건설사를 대상으로 금융당국이 자금조달 길을 터주는 우호적인 정책을 내놨다”며 “회사채 시장에서 고전하던 건설사에 유동성 리스크를 조금이나마 해소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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