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8월 11일] 비정규직의 해법

김봉수(키움증권 부회장)

요즘 비정규직법 문제로 정부와 여야 정당, 노동계가 시끄럽다. 인력 고용의 주체인 기업은 오히려 이 문제의 논의에서 비켜나 있는 상황이다. 기업은 이윤 창출을 위한 조직이지만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사회 기여를 위한 기업의 임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고용을 늘리는 방법도 있지만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므로 국민의 부담이 가중된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기업의 경영사정이 악화됐을 때 직원 수를 줄이는 데 어려움이 많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경기 호황ㆍ불황에 따라 조직의 축소나 확대가 자유로워야 한다. 비정규직은 기업이 경영사정에 따라 고용의 유연성을 가질 수 있는 인력채용 방식이다. 그러므로 기업들은 호황기에 불어난 조직을 불황기에 줄이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고용의 유연성이 높은 비정규직을 선호하게 된다. 필자가 종사하고 있는 증권 업종의 흐름을 지켜보건대 호황기보다는 불황기가 길다. 호황기에는 지점이 늘고 이익도 내지만 불황기가 닥치면 적자로 돌아선다. 하지만 적자라고 늘려놓은 지점을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고용 유연성이 경직돼 있는 현실에서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일부 채용하는 것은 불황에 대한 대비책 가운데 하나다. 특히 일정 기간 고임금의 전문인을 채용해야 할 경우 비정규직은 매우 유용하다. 일정 기간 동일인이 동일 직장에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조항은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 효율을 떨어뜨리는 걸림돌이다. 정규직 전환은 기업에 바로 임금인상이라는 부담을 떠안긴다. 따라서 기업은 계약만료 전에 해당업무에 숙련된 직원으로 교체하려고 한다. 게다가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기업들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보다는 해고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기업은 일정 비율의 비정규직 고용이 필요하다. 시장 경쟁과 경기 변동을 감안해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항을 무시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강제 전환하라는 요구는 무리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대는 전세계적인 흐름이다. 비정규직의 해법은 자연스럽게 정규직이 늘어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푸는 데서 찾아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점차 비정규직을 줄여나갈 것이고 그들에 대한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에도 자발적으로 동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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