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비상 걸린 한국경제

경제 흐름이 심상치 않다. 새해 들어 각종 악재가 동시 다발적으로 튀어 나오면서 우리 경제의 안정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중동전 발발 가능성에 따른 국제유가 폭등ㆍ원화 강세ㆍ물가 상승 등이 실물경제를 압박, 시장을 불안 속으로 몰아 넣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물가는 지난 설을 앞두고 큰 폭으로 올라 3개월 연속 오름세를 지속, 올 물가 억제선 3%선 유지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도 실물경제를 둘러 싼 환경이 쉽사리 개선될 기미를 보이고 있질 않는다는 점에서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시장을 가장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요인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이다. D 데이가 오는 3월께로 잡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유가는 고공행진을 거듭, 지난 2년 새 최고가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최근 6주간 배럴당 30달러를 넘는 수준에서 거래돼 원유 수입국마다 아우성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월 수출이 호조를 보여 4개월째 20%대의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무역수지 흑자는 4천800만달러로 감소했다. 작년 10월(12억7,000만달러), 11월(12억달러), 12월(7억달러)의 흑자규모에 비하면 엄청나게 줄어든 셈이다. 고유가로 원유수입액이 지난해 1월에 비해 무려 10억달러 넘게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우리경제는 국제통화기금(IMF) 당시의 상황으로 돌아 가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유가폭등은 원자재 값 상승을 불러 일으키면서 물가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지난 1월중 물가 상승률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3.8%에 달한다. 최근 4년간 1월중의 물가 오름세로서는 가장 높은 수치다. 여기에 각종 서비스료와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물가관리에 빨간 불이 켜진 지 오래다. 상황이 심각한 것은 급격한 소비심리의 둔화다. 지난해 경기를 이끌어 오다시피 한 내수가 침체되면서 주가마저 폭락,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물가안정 기조를 염두에 두고 수립됐던 경제지표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지도 모른다. 결국 허리띠를 졸라 매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 불요불급한 상품의 수입을 줄이고 일부계층의 호화사치성 생활도 자제해야 한다. 정부도 공공요금의 인상을 가급적 억제, 물가상승의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 수입을 줄이기 위해서는 범국민적인 에너지 절약 캠페인이 필요하다. 이미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한바 있지만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다. 정부나 국민 모두 IMF 당시의 초심(初心)으로 돌아 갈 필요가 있다. <윤태순 한화투신운용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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