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日 대지진 한달] <상> 일본 경제는…

물가 폭등… 투자 위축… 국가 신뢰도 추락… 회복 '가시밭길'<br>에너지 등 생필품값 급등 불구 타 부문 디플레 깊어질 가능성<br>국제사회 신뢰 얻지 못할땐 대재앙 상처 더 깊어질 수도


"그 시점에서 경제가 다소 회복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요사노 가오루 일본 경제재정상은 지난 1일 일본은행이 발표한 3월 단기경제관측조사(단칸) 결과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 시점'이란 조사 기준일인 3월11일이다. 하지만 그날 일본 동북지역을 강타한 대지진과 쓰나미는 '잃어버린 20년'으로 초장기 디플레이션과 2008년 금융위기의 깊은 침체를 딛고 막 오르막길에 첫 발을 내디뎠던 일본을 다시 한 번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대지진 이후 일본을 둘러싼 국내외 여건이 급변하면서 일본 경제는 3월11일 이전과는 다른 '뉴 노멀(새로운 표준)'에 직면하게 됐다. 우선 지난 20년간 일본 경제를 괴롭혀 온 초장기 디플레이션 상태에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대지진으로 생산설비와 물류망이 파괴되고 방사성 물질 유출사태가 확산되면서 물품 부족에 따른 물가 상승이 예상되는 것이다. 특히 일상 생활과 재해복구에 필수적인 식품, 원자재 등 수입물품 가격은 엔화 약세로 가파른 상승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생필품 가격 상승과는 반대로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부문의 디플레이션은 한층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 침체에 따른 실업난과 소득감소 속에서 생필품 가격의 급등하면 다른 부문에서의 소비여력이 소진될 것이기 때문이다. 크레디스위스증권의 시라카와 히로미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오를 때 임금이 상승하지 않으면 다른 물건의 가격이 하락한다"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소비자물가에서 디플레이션이 한층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국내 투자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재해에 따른 손실 때문에 투자여력이 없어진데다 전력난과 방사성 물질 유출에 대한 불안으로 생산설비를 해외로 옮기는 '공동화'가 가속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방사성 물질 유출에 대한 공포로 외국인 근로자와 고급 인재가 일본을 빠져나가면서 기업들이 직면하게 된 인력 '공급불안'은 일본의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장기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우려가 크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일본에 대한 국제적 신뢰 붕괴다. 최악의 원전사고 이후 세계 각국에서는 이미 일본산 식품뿐 아니라 방사성 물질 오염과는 무관한 공산품에 대한 거부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 생산설비 파괴에 따른 부품공급 차질은 세계 제조업의 일본의존도를 낮추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기업들의 안전자산으로 각광받던 엔화에 대한 신뢰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최근의 엔화 약세가 '세계에서 홀로 뒤처진 일본'을 상징한다고 분석하면서 아직까지 엔화 매도는 외국 투기세력에 국한돼 있지만 일본 투자가들이 '팔자'에 가담할 경우 "자본 도피라는 인상을 심어줌으로써 엔화 하락을 부추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채발행에 따른 신뢰 하락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일본 정부는 국채발행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재해복구를 위해 대규모 국채발행이 불가피할 경우 자칫 국채가 소화되지 못하거나 부득이 일본은행이 이를 인수함으로써 시장의 불안감을 초래할 수 있다. 이 경우 국채 폭락과 일본 신용등급 급락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관련기사



신경립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