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끝내 터진 핵탄” 정국 태풍속으로/김재덕씨 대선자금 발언 파문

◎“YS 발목잡았다” 야 전면공개 등 압박공세/여 “공작정치” 비난속 대응책마련 골머리/청와대선 “야당은 법정비용 지켰나” 역공세도지난 92년 여당의 대선자금 문제가 정치권의 화약고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보정국 매듭단계에서 지난 92년 대선때 민자당 김영삼 후보측의 공조직이 대선자금으로 3천억원 이상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대선자금이 정치쟁점화되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은 30일 당무회의를 열고 청와대와 신한국당이 대선자금을 은폐·축소하고 있다며 대선자금의 완전공개와 검찰수사를 강력 촉구했다. 반면 신한국당은 이번 대선자금 폭로 사태의 경우 국민회의가 당시 경리부에서 일한 김재덕씨(신한국당 대전시지부 홍보부장)를 회유한 공작정치의 산물이라고 비난하고 있어 대선자금 공방전이 점차 격화될 전망이다. ○…김용태 비서실장과 강인섭 정무수석 등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은 이날 상오 대선자금에 관한 공식적인 언급을 삼가는 등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 김대통령은 이날 아침 강정무 수석에게 전화를 걸었고 강수석은 신한국당 박관용 사무총장과 통화, 여권의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자들은 대선자금이 법정선거운동 기간에 사용한 돈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이전부터 사용한 정당활동비까지를 포함하는 것인지 개념정리 문제를 들고 나오며 다소 억울하다는 표정. 한 관계자는 『법정선거운동 비용이 있고 정당활동비가 있는데 정당활동비는 모금방식의 하자가 없다면 무한대로 쓸 수 있다』고 설명. 그는 『선거 직후 선관위에 신고하는 것은 선거운동기간 중에 지출된 선거비용일 뿐』이라며 『공식 선거운동기간을 전후한 정당활동비까지 대선자금에 포함시킨다면 여야를 막론하고 법정선거비용 한도내에서 사용한 정당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가뜩이나 나라가 어려운 상황에서 사실상 진상규명이 불가능한 대선자금 문제로 여야가 공방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대선자금문제가 불거지는 것에 대해 매우 곤혹스러워하는 모습. ○…신한국당은 대전시지부 김재덕 홍보부장의 대선자금 발언을 계기로 촉발된 지난 92년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 야당의 「공작과 회유정치」 결과라고 규정했다. 신한국당 박관용 사무총장은 이날 이와관련, 『김부장이 국민회의 오길록씨를 만난 것은 지난해 4월6일인데 1년여동안 연락이 없다가 지난 28일 갑자기 전화를 걸어 통화내용을 녹취하고 공개한 것은 다분히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대선자금을 공개할 의사가 없음을 강조. 그러면서도 신한국당은 김씨의 발언을 계기로 대선자금을 둘러싼 야당측의 공세가 더욱 거세지고 국민적 의혹을 가라앉히기가 쉽지 않을 것인 만큼 대선자금 파문 확산을 막을 묘수 찾기에 전전긍긍하는 모습. ○…국민회의는 이날 김재덕씨 증언으로 대선자금의 규모가 드러났다고 보고 대선자금 관련자의 진상공개와 검찰의 즉각적인 수사착수를 요구했다. 또한 김대중 총재가 이날 부산 당직자연수회에서 한보사건 마무리의 첫 조건으로 김영삼 대통령의 대선자금 규명을 제시하는 등 대여압박에 돌입. 국민회의는 이번 파문으로 김대통령의 「발목」을 묶고 대선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최대의 호재로 활용하려는 분위기가 역력. 국민회의는 당무회의 결의문에서 『김대통령은 국민들의 가혹한 요구가 있기 전에 대선자금을 스스로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 뒤 『검찰은 노태우씨가 재벌로부터 거둔 불법자금 가운데 김영삼 후보진영에 전달된 3천억원의 유입경로와 전달과정, 사용내역, 그리고 정태수씨가 뇌물성 자금으로 전달한 6백억원의 여권 대선자금으로의 유입 가능성 등에 대해 사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 한편 국민회의는 여당이 대선자금 공개 후 야당 대선자금의 동반공개를 요구하더라도 선공개 공세에 계속 박차를 가하고 김대통령의 향후 거취문제와는 연계시키지 않을 방침. ○…자민련은 대선자금이 향후 정국의 큰 흐름을 좌우하는 최대의 카드가 될 수 있다고 판단, 김대통령을 압박, 「코너」에 몰아넣은 뒤 유리한 정국상황을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 김종필 총재의 의중이나 전날 심양섭 부대변인이 거칠게 나온 것과 달리 이날 안택수대변인의 성명강도로 보아 일보 후퇴한 듯한 분위기. 안대변인은 『대선자금을 사용한 당사자인 김대통령을 비롯해 대선자금에 관련된 사람들이 직접 밝히거나 검찰이 대선자금 의혹의 진상파악을 위한 수사를 벌일 것을 촉구한다』면서도 『이 시점에서 우리 당이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해 후퇴배경에 이견이 분분. 안대변인은 그러나 『우리는 고질적인 정경유착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내각책임제로의 개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대선자금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매듭지어져야 한다고 본다』면서 검찰의 철저한 의혹 규명수사를 주장.<황인선·우원하·양정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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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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