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무조사 여부도 행정소송 대상"

대법원 판결…국세청 일방적 결정 관행에 제동<br>기업·개인, 세무조사 이전 법적 대응 가능해져

세무조사 여부는 납세자의 권한을 침해할 수 있는 공권력 행사이기 때문에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세무조사결정 여부를 국세청의 일방적인 권한으로 보던 관행에 제동이 걸린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대법원 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김모 변호사가 서대전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세무조사결정처분 취소 등 청구소송에서 "세무조사 결정은 행정소송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소를 각하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세무조사결정이 내려지면 과세관청의 질문조사권에 따라 납세의무자는 과세자료 수집을 위한 질문에 대답하고 검사를 받아야 할 법적 의무를 지게 된다"며 "세무조사 결정은 납세의무자의 권리ㆍ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권력의 행사에 따른 행정작용으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납세의무자가 세무조사를 거부하거나 수용해 과태료 또는 과세 처분을 받고 나서만 그 처분에 대해 다툴 수 있도록 하는 것보다는 사전에 세무조사 결정을 다툼으로써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지적했다. 대전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김 변호사는 전직 사무장이 탈세 사실을 세무서에 제보해 지난 2006년 세무조사를 받고 2억여원의 과세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전직 사무장이 성공보수금 누락 등을 다시 제보하자 세무서는 2차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김 변호사에게 통지했다. 이에 김 변호사는 2차 세무조사 결정은 탈세 혐의를 인정할 명백한 자료가 있을 때만 재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한 국세기본법에 어긋난다며 소송을 냈다. 국세청은 이에 대해 "세무조사결정 등에 따른 질문조사권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자료수집차원의 예비적 행위일 뿐 소송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1ㆍ2심은 세무조사 결정 자체는 행정기관의 내부방침 예고에 불과해 당사자의 법률상 지위를 바꾸지 않으므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청구를 각하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세무당국의 세무 행정 편의주의보다는 납세자의 권익 보호에 무게를 둔 판결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세무조사가 실시된 후 그 결과를 놓고 법정에서 정당성 여부를 가렸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납세 대상 기업이나 개인은 세무조사 실시 이전에 세무 조사 결정의 법적 정당성 여부를 문제 삼을 수 있게 됐다. 경우에 따라서는 세무조사 대상 기업 등이 세무 조사 실시 이전에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홍동기 대법원 공보관은 "그동안 세무조사 결과에 대해서만 법정에서 시비를 가렸지만 이제는 세무조사 실시자체도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납세 의무자의 권익 보호 차원에서 세무조사를 신중하게 하라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이은항 국세청 법무과장은 "세무조사결정 통지단계에서 소송을 내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며 "2009년부터 납세자보호제도를 통해 부당한 세무조사에 대한 권리 구제 절차를 마련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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