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칼럼] 원자바오 가이드라인

중국 지도부들이 모여사는 베이징(北京)의 중난하이(中南海). ‘평민 총리’로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만나러 갔던 지난 5일 햇살은 화창했지만 먼지가 많은 전형적인 베이징의 초봄 날씨였다. 중난하이의 총리 접견실인 즈광거(紫光閣)에서 만난 원 총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라는 말로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들을 맞아주었고, 7년 만에 한국을 찾는 소회를 차분한 어조로 밝혔다. 하지만 부드러운 미소와 어조 속에서도 외국기업과 외국인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칼날처럼 단호했다. 원 총리의 외자기업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외자기업에 대한 선택적 우대와 ▦노동분야에서의 엄격한 법 적용으로 집약된다. 원 총리는 우선 한국과의 경제협력에 대해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호, 첨단기술, 농업정보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했으면 좋겠다”며 외자기업에 대한 세제 우대도 첨단기술 부문에 한정시킬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중국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중국에서 합법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면서 이에 상응해 “외자 기업도 중국에서 중국 근로자들의 합법적인 권리를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외자기업의 법인세를 대폭 높인 기업소득세법과 근로자들의 종신고용을 강제하는 노동계약법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과한 기업소득세법이야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된 것이지만, 노동계약법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 노동계약법이 올해 입법화되면 현재 근로자를 전원 계약직으로 고용하고 있는 중국 내 기업들은 2년 이상 근속한 근로자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한꺼번에 그 많은 근로자들을 ‘종신고용’으로 떠안기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내ㆍ외자 가릴 것 없이 대다수 기업들이 ‘불법경영’ 처지가 될 것이 자명하다. 문제는 이 경우 불법에 대한 처벌이 외자기업에게 차별없이 공평하게 이뤄질 것이냐 하는 것이다. 원 총리는 “중국은 이미 안정적이고 공평한 시장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분명히 밝혔으므로 노동 관련법 적용에 차별은 없을 것으로 믿어진다. 그러나 현실은 꼭 그렇지 만도 않은 것 같다. 지난 9일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공작기계전시회’에 참가한 세계 3위 공작기계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전시공간을 예년의 절반으로 줄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자국의 공작기계업체의 전시공간을 두 배로 늘려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원자바오 가이드라인’이 우리 기업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내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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