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경신은 없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휘호 기록경신과 50대 중진작가의 도약으로 요약될 수 있다”
지난달 29일 300여명의 관람객을 끌어 모은 ‘서울옥션 100選 경매’를 주최한 서울옥션측의 설명이다.
이날 경매는 박수근의 유화 ‘거리’(5호 변형)가 7억원이상에 팔려 한국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됐었다. KBS등 공중파 방송등 각종 언론매체가 이를 취재하기 위해 진을 쳤고, 일반인들의 수도 예전보다 2배 이상의 문전성시를 이뤘다.
김순응 대표는 “박수근 작품의 유찰은 세인들의 엄청난 관심에 주눅들어 살려고 했던 사람의 심리를 위축시킨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그림을 사는 사람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우리 정서가 그대로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박수근 작품의 최고가는 외국에서 나오는데 지난 3월23일 있은 뉴욕 크리스티경매서 ‘앉아있는 아낙과 항아리’(15호)가 123만9,500달러(약 14억6,300만원)에 낙찰된바 있다. 이는 콜렉터의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되고 오랜 세월 행해지고 있는 미술품 매매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서 온다.
그래도 박수근은 박수근이었다. 엽서크기의 ‘귀로’(15.8ㆍ12, 판지에 유화, 1964) 가 2억6,000만원에 낙찰, 이날 낙찰가 순위 2위를 기록했다. (표참조)
미술품ㆍ비미술품 총 100작품에서 41작품의 낙찰에 총액 16억원에 달하는 이날 경매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박정희 전 대통령 휘호 경매가격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1970년 1월1일에 쓴 ‘개척과 전진’(78ㆍ34cm, 종이에 먹)휘호가 2,000만원에 나와 6,300만원에 낙찰됐다. 지난해 2월 800만원에 경매에 나온 박전대통령의 휘호 ‘자조정신’도 경합을 벌여 4,000만원에 낙찰된 바 있다.
이날 경매의 또다른 재미는 중견작가 작품이 낙찰되면서 요즘 활동하고 있는 중견작가의 시장가를 만들어놨다는 것이다.
극사실주의의 중견작가 고영훈(1952~)의 80년대 ‘돌’시리즈 대표작이랄 수 있는 ‘스톤(Stone)’(90ㆍ140cm, 1985, 80호, 종이에 아크릴릭)이 3,700만원에 낙찰됐다. 그의 작품은 5월 뉴욕에서 있을 소더비 경매에도 처음으로 출품될 예정인데, 그의 이번 가격은 지난 1999년 경매에 나온 ‘스톤’(10호)이 360만원에 낙찰된 것과 비교하면 호당 가격이 높이 올랐다.
그의 이번 낙찰을 계기로 서울옥션측은 그동안 박수근, 김환기, 장욱진 등 대가 5, 6명의 뒤를 이을 작가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여 좀더 다양하고 폭넓은 화가들의 작품이 유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의 최고 경매가는 4억6,000만원에 낙찰된 백자명품‘청화백자괴석분재문호’가 됐다.
김대표는 “미술품과 비미술품 뭉뚱그려 한 것이 집중도를 떨어뜨린 것 같다. 보석류들은 이날 경매에서 전혀 낙찰되지 않았다. 앞으로는 정석대로 분리해 낙찰률을 높일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