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한국인 입양아 모두 내 자식같죠"

덴마크서 16년째 한글학교 운영 고태정·이미림 부부


“지난해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남대문시장에 가봤는데 많은 사람도 사람이지만 그들이 모두 나와 똑같이 생겨서 너무 놀랐어요.” (덴마크 입양인 이봉옥(23)씨) 이봉옥씨가 자신을 정체성을 찾기 위해 자주 들르는 곳은 코펜하겐 시내 외곽의 ‘한국의 집’이다. ‘한국의 집’은 20여년 동안 덴마크에서 태권도 감독을 지낸 고태정(57)ㆍ이미림(47)씨 부부가 운영하는 한국음식점이기도 하지만 덴마크에 거주하는 우리나라 입양인들의 아지트다. 고씨 부부가 이곳에서 지난 89년부터 16년째 매주 월요일에는 음식점 영업을 쉬고 ‘재덴마크 입양인 한글학교’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에 거주하는 한국계 입양인은 대략 8,000여명. 덴마크의 총 인구가 500만명임을 감안하면 입양인 비율이 세계 최고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200여명 정도가 이 한글학교 학생이다. 때문에 고씨 부부는 한국의 집을 운영해 얻은 수익금 대부분을 한글학교 운영비로 쓰고 있다. 입양인들은 ‘한국의 집’을 찾아 한글을 배우기도 하지만 같은 처지의 입양인들을 만나 ‘자신’을 찾고 태어난 나라의 문화를 익히기도 한다. 이미림씨는 “남편을 따라 덴마크에 온 지 얼마 안돼 대수술을 받았고 이후 현지의 한국인 입양아들을 보며 자신도 입양을 결심했다”며 “그러나 한국이 올림픽을 치른 88년 당시에는 입양이 쉽지 않아 덴마크의 한국 입양인 모두를 자녀로 두기로 결심했다”고 한글학교 개교 동기를 설명했다. “한글학교를 처음 열었을 때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아 현지인 부모의 손을 잡고 찾아왔던 아이들이 이젠 어엿한 성인이 돼 든든한 아들 딸 노릇을 하며 이곳 한글학교를 이끌고 있죠.” 이씨는 장성한 아이들 중에는 ‘레고’회사에서 일하는 아이도 있고 박물관에서 전시담당을 하는 아이도 있다며 자랑했다. “오는 8월 한국에서 ‘제3회 세계입양인대회’가 열립니다. 우리가 모국을 찾았을 때 더도 덜도 말고 따뜻한 말 한마디 부탁합니다.” 이씨는 미국 워싱턴과 노르웨이 오슬로에 이어 한국에선 처음으로 세계입양인대회가 열리게 됐다며 입양인들이 모국의 정을 느낄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이씨는 “대한항공이 세계입양인대회에 참가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항공료 15%를 깎아주고 초과된 무게의 짐도 무료로 운송해주기로 했다”며 이에 대한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덴마크 한글학교 ‘한국의 집’의 사정은 열악했다. 물론 입양인들이 만나 정을 나누는 만남의 장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지만 체계적으로 한글을 가르치고 우리 문화를 알리는 교재 등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 무엇보다 한글자막으로 된 비디오 테이프나 DVD 등의 교재 기증을 바라고 있다. 전화 (45)35 26 33 35, 이메일 mrko@tiscali.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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