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소비자의 이중 잣대

최근 서울 송파구 장지지구에 입주할 수 있다는 말만 듣고 속칭 딱지를 구입해 피해를 봤다며 자신을 속인 부동산컨설팅업체를 단죄해줄 것을 요구하는 한 독자의 전화를 받았다. 같이 목돈을 투자한 이웃집 아줌마들은 제대로 입주권을 매입한 것 같은데 자기만 엉뚱한 딱지를 사서 속상하다며 응당 언론이 악덕 중개업체를 응징(?)해야 하지 않느냐는 게 강변의 요지였다. 특히 이미 딱지에 대한 폐해나 딱지 거래 자체가 불법임을 강조한 기사들이 수차례 게재됐으며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독자의 말에는 말문이 막혔다. “어떻게 가만히 있어요, 잘만 고르면 돈을 앉아서 벌 수 있는데. 어쨌든 그런 업체들 문을 닫게 해주세요” 흔히 딱지로 불리는 입주권은 택지개발사업, 도시계획사업 등으로 철거되는 원주민이 해당지구에 짓는 아파트를 살 수 있도록 부여한 권리다. 입주권자에게 아파트가 싸게 공급되고 주거여건이 좋은 택지지구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큰 차익을 얻을 수 있어 불법인 딱지거래가 은밀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입주대상 대기자만 2,000여명을 웃돌고 있어 원하는 곳에 입주하기 힘든 점을 감안하면 수많은 유통된 딱지가 가짜로 판명돼 나중에 입을 피해를 간과할 수 없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는 요인은 파는 사람은 물론 사는 사람도 불법거래에 무감각하다는 것이다. “나 혼자만 아니다”라는 궤변과 함께 손쉬운 부동산투자를 규제하는 자체를 요즘 같은 `부동산투자 불패시대`에 뒤떨어지는 착오적 발상 정도로 여긴다. 특히 불법이라도 거래는 안전하게 이뤄지도록 유통시장의 안정성을 요구한다. 서울지역에 국민주택을 공급하는 서울도시개발공사에는 매입한 딱지의 진위여부를 묻거나 심지어 안전한(?) 딱지에 대한 정보를 묻는 전화도 매일 심심치 않게 온다는 게 보상팀 등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현재 부동산시장은 자신의 불법행위는 인정하지 않고 이익에 반하는 불법행태에 대해서는 관용할 수 없는 `이중적 잣대`만이 판치는 시장구조를 갖고 있다. 굳이 불법행위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내집은 꾸준히 오르기를 바라면서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 부재를 꼬집는`자기모순의 행태는 모두를 지칭하기 어려워도 대다수의 소비자, 기업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부동산시장만큼은 사회 공동체 스스로 자제하고 견제하는 룰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말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시점이다. <박현욱기자(건설부동산부) h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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