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선거에 쫓겨 합의한 기초연금… 미래 부담도 살펴야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기초연금법 제정안이 2일 국회를 통과했다. 우리 사회 노인 빈곤문제의 중요한 해법 중 하나로 거론돼온데다 정부도 7월부터 시행하겠다며 4조8,0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한 마당이니 여러모로 반가운 소식이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과연 국민경제가 기초연금 재정을 감당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번 기초연금법은 소득·재산이 어느 수준을 밑돌아야 세금으로 연금을 주는 대상인지를 놓고 여전히 제대로 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냥 70% 노인에게 연금을 나눠주겠다는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하다. 그만큼 미래 세대가 안아야 할 경제적 부담은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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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룰'은 노무현 정부 때 여야정이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하면서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당시 정부 여당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2028년)로 낮추면서 연금을 받지 못하는 빈곤노인 30~45%에게만 기초노령연금을 주려 했다. 반면 한나라당·민노당과 시민사회·노동단체는 모든 노인에게 줘야 한다고 버텼고 2007년 대선이 다가오자 70% 확대로 타협을 봤다. 여야는 2012년 대선에서 지급 대상 노인을 80~100%로 늘리고 2028년으로 예정됐던 월 20만원 지급시기를 14년 앞당기겠다며 한발 더 나갔다. 이번 기초연금법 처리로 연금액은 2배가량 올랐지만 70%룰은 그대로 유지돼 '재정위기 시한폭탄'의 타이머가 앞당겨진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중에만 40조원, 2030년에는 49조원의 세금이 기초연금 지급에 들어간다.

이런 제도가 지속 가능할 리 없다. 복지선진국들의 사례는 우리의 앞날을 예고한다. 인구 고령화와 성장둔화 등으로 1998년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평균 소득의 3분의1을 밑도는 빈곤노인(전체 노인의 47%)으로 축소한 스웨덴이 전형적인 예다. 우리나라 기초연금 수급대상 노인은 올해 477만명에서 2030년 2배, 2050년 3배로 늘어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스웨덴처럼 불합리한 70%룰을 깨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민연금 가입기간, 소득·재산, 국민연금액 등 어떤 기준과 연계해 연금액을 깎는다 해도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칠 뿐이다. 여야정은 덜렁 기초연금법만 제정해놓고 남은 숙제를 다음 정부로 떠넘겨선 안 된다. 2026년 우리나라의 고령자 비중은 20%나 된다. 노인 비중이 12%인 지금 기회를 놓치면 제도개선은 갈수록 힘들어진다. 연금충당 부채만 596조원에 이르는 공무원·군인연금 개혁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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