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KT민영화의 교훈

한국통신(KT)의 정부지분이 완전 매각됨으로써 한국통신은 공기업의 낡은 틀을 벗고 민영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세계 초일류 통신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매각을 통해 '적정가격에 의한 완전 매각'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그러나 빅 3(삼성ㆍLGㆍSK)간의 상호견제 및 균형을 통한 전문경영인 체제라는 민영화의 밑그림은 다른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정부는 KT 민영화의 재벌특혜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특정기업의 KT 소유 및 경영권 획득을 원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SK텔레콤은 KT 지분 11.34%를 확보해 KT 최대 주주로 부상했다. 정부와 경쟁업체는 SK의 전략적 행동을 탓하고 있다. 그러나 SK의 입장은 다르다. KT 지분매입은 잠재적 대주주에 대한 견제와 KT의 SK텔레콤 주식보유에 따른 '생존전략'이라는 것이다. 입찰전략은 기업 고유의 경영 판단이므로 전략적 행동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 하지만 'SK의 성장사(史)는 공기업 인수사'라는 세평이 더욱 굳어지는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상호견제와 균형유지라는 민영화의 밑그림이 깨어진 데는 정부의 안일한 정책대응이 숨어 있다. 지분매각은 일종의 게임 상황이다. 정부가 민영화 과정에서 전략적 투자자를 변수로 잡았다면 당연히 이들의 전략적 행동을 예측하고 민영화 시나리오를 작성해야 했다. 예컨대 빅 3간의 황금분할을 염두에 뒀다면 기업당 최대 지분한도를 설정해야 했다. 또한 최대지분 확보는 미래의 경영권 확보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대 주주에 대해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 주식매각 가격을 높게 책정해야 했다. 따라서 정부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 우량 공기업을 국내기업에 헐값에 매각했다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충분하다. '헐값 매각'은 국내인수가 여의치 못한 부실기업의 해외 매각에서나 나올 법한 논쟁이기에 충격적이다. KT 민영화는 앞으로 민영화 정책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교훈을 주고 있다. 첫째, '주인 없는 민영화'를 앞으로도 계속 고집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주인 없는 민영화는 민유화(民有化)에 지나지 않으며 지분매각 후에도 정부의 물밑 영향력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영화의 정책기조는 공개입찰을 통해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어야 한다. 이번에 SK의 전략적 행동이 통할 수 있었던 것도 경영권이 배제된 지분소유라는 유인부족의 틈새를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민영화에 대한 미련이 엉뚱한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만약 주인을 찾아주는 민영화가 경제력 집중을 유발할 수 있다면 예컨대 컨소시엄 형성을 의무화해 위험요인을 피해 갈 수 있다. 또한 공개입찰이 매각대금 극대화와 부합됨은 재론을 요하지 않는다. 둘째, 민영화 이후의 경쟁구도를 사전에 감안한 민영화여야 한다. 즉 지분매각 따로, 경쟁정책 따로 식의 단선적인 민영화 정책은 지양돼야 한다. SK의 KT 최대 주주 부상으로 정부의 경쟁정책에 대한 부담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무선통신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SK가 국내 최대 유선망을 가진 KT의 최대 주주가 돼 유선통신 분야까지 지배하게 되면 통신업계의 쏠림현상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최근 정부가 SK에게 KT의 2대 주주 수준까지 KT 지분을 매각할 것을 종용한 것도 이 같은 정부의 부담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이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일 뿐만 아니라 지분을 이미 매각한 정부로서 취할 행동도 아니다. 셋째, 민영화 프로그램은 인수희망 기업의 전략적 행동을 차단할 수 있을 만큼 정교해야 한다. SK의 전략적 행동의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국제거래에서의 전략적 행동은 국익 차원에서 정당화될 수 있지만 국내기업간의 경쟁에서는 '제로섬'게임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전략과 기업윤리는 별개의 개념이지만 전략을 잘 구사하는 기업에 시장지배적 공기업이 인수되는 것은 어렵게 마련된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국민정서를 해칠 수 있다.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의 과실이 일부 기업에 편중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조동근<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dkcho@mju.ac.kr)>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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