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수년간 '박스피'에 갇혀 힘을 못 쓰던 투자자문사들이 다양한 투자전략을 앞세워 새로운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투자자문 및 투자일임 계약을 기반으로 한 수수료 수입과 더불어 자기자본 투자를 통한 순이익도 늘어나면서 실적이 개선되고 고용도 확대되면서 금융투자업계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문사의 약진은 다양하고 특성화된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들의 수요를 채워줘 투자의 다양성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에는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서 독립해 투자자문사를 창업하거나 합류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4회계연도(2014년4월~2015년3월) 전업 투자자문사들의 당기순이익은 총 86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39.8% 늘어났다.
투자자문사들의 자기자본이익률도 13.7%로 전년 대비 9.3%포인트 늘어났다. 특히 상위 10개사를 제외한 중소형사들은 전년의 194억원 순손실에서 367억원 순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투자자문사들이 2014회계연도에 올린 수수료 수익은 1,558억원, 증권투자손익은 95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8.5%, 116.0% 증가했다. 이러한 실적향상은 최근 몇 년간 보여줬던 투자자문업계의 실적부진을 뒤집는 결과다. 투자자문사들은 2011회계연도에는 87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으나 2012·2013회계연도에는 각각 141억원, 2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금감원은 투자자문사들이 호실적을 거둔 배경에 대해 "투자자문사가 신설되고 임직원도 늘어나면서 판매·관리비가 18.5%(236억원) 늘었지만 수수료 수익과 증권투자손익 개선으로 당기순이익이 대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문사들의 수수료 수입이 늘어난 것은 주로 증권사와의 랩어카운트 계약이나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과의 투자일임 계약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는 주식시장이 박스피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투자자들이 랩어카운트나 투자일임계약으로도 관심을 돌리는 일종의 낙수효과로 볼 수 있다. 이에 힘입어 자문사들의 성과보수가 늘어난 점이 자문사들의 수수료 수입 증대를 끌어낸 것이다. 실제 올해 3월 말 기준 투자자문사들의 계약액(일임·자문)은 34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3월 말보다 11조5,000억원(50.2%)이나 늘었다. 투자일임계약 건수도 지난해 초 95만건에서 연말에는 128만건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자문사들이 헤지펀드나 롱쇼트펀드를 운용하면서 양호한 수익을 거둬 성과보수가 크게 늘었다"며 "자문사가 투자할 종목을 선정하면 증권사가 롱쇼트 포트폴리오에 따라 매매해서 수익을 지급하는 원금보장형 ARS(Absolute Return Swap)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수수료 수익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문사가 고유 계정을 활용해 수익을 내는 증권투자손익 개선 수수료가 증가한 것은 증시의 회복세 덕분이다. 실제 증시가 강세를 보인 올해 1~3월 자문사들의 증권투자손익은 453억원을 기록해 2014회계연도 전체 증권투자손익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익을 거뒀다.
자문계약이 늘어나고 수익도 증가하면서 투자자문사들은 자본시장의 고용증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올 3월 말 기준 투자자문사 총 임직원 수는 1,43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1명(12.6%) 늘었다. 투자자문사 수도 지난해 3월 말 154곳에서 현재는 166개사로 늘었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올해 투자자들의 투자 규모와 거래량, 시장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아 수탁액이나 매출 면에서 모두 지난해보다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성화된 투자를 위해 자산운용사보다 투자자문사를 찾는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