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많은 골프선수들이 룰 때문에 울고 웃었다. 이번 시즌에는 유독 우승 문턱에서 규칙 위반 문제로 땅을 친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실수는 피 말리는 승부에 몰입하느라 사소한 부분을 놓친 데서 비롯됐다. 룰 적용의 희생양이 된 선수는 눈물을 흘려야 했지만 규칙은 골프경기의 중요한 부분이다. 심판이 없어 더욱 엄격한 골프에서는 ‘아는 게 힘’이다. 올해 발생한 주요 룰 관련 해프닝을 모아봤다. ◇그냥 흘렸을 뿐인데...= 튀는 패션으로 유명한 이안 폴터(잉글랜드)는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간) 끝난 유럽프로골프투어 시즌 최종전 두바이 월드챔피언십에서 황당한 실수로 특급대회 우승컵을 날렸다. 두바이 주메이라CC 18번홀(파5)에서 벌어진 로베르트 카를손(스웨덴)과의 두번째 연장전. 폴터는 그린에서 버디 퍼트를 준비하다 볼을 떨어뜨렸다. 볼은 공교롭게도 마커(볼의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내려놓는 물건)로 놓은 동전에 떨어졌고 동전이 튀어올라 움직인 바람에 1벌타를 받고 말았다. ‘우연히 볼 마커를 움직인 경우 제자리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는 20조1항을 어긴 폴터는 4억원 가량의 상금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그래도 우승했으니...= ‘말총머리’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는 지난 9월5일 열린 유럽투어 오메가마스터스 3라운드 10번홀(파4)에서 티샷한 볼이 스프링클러 헤드 덮개 옆에 멈추자 무심코 마크를 한 뒤 볼을 집어들었다. 스탠스를 취하거나 스윙을 하는 데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지만 인플레이 볼을 건드린 것이 돼 1벌타를 받았다. 다행히 히메네스는 이튿날 최종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에도아르도 몰리나리(이탈리아)를 3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거기가 벙커였다고?= 지난 8월16일 PGA챔피언십이 끝난 뒤 우승자 마르틴 카이머(독일)보다 더 유명세를 탄 선수는 더스틴 존슨(미국)이었다. 존슨은 1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리던 최종 라운드 18번홀(파4)에서 두번째 샷을 하기 전 벙커인 줄 모르고 클럽헤드를 지면에 댔다가 2벌타를 받고 트리플보기를 기록, 결국 2타 차 공동 5위로 마쳤다. 휘슬링스트레이츠CC에 산재한 1,000여개 안팎의 벙커 가운데 ‘숨어 있는 벙커’의 희생양이 됐다. ◇골프백으로 겨냥했다니요?= 9월5일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 현대건설 서울경제여자오픈에서는 여고생 장수연(16ㆍ함평골프고)이 2타 차 선두로 경기를 모두 끝낸 후에 졸지에 이정은(22ㆍ호반건설)과 연장전 끝에 고배를 마셨다. 15번홀 그린 주변의 상황이 문제가 됐다. 장수연이 어프로치 샷을 할 때 장수연의 정면 약 5m 지점에 골프백이 타깃 라인과 평행하게 세워져 있었던 것. 경기위원회는 비디오 판독을 통해 8조2항a ‘플레이 선을 지시하기 위한 마커는 스트로크 전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항을 들어 2벌타를 선언했다. 여고생은 눈물을 흘렸지만 판정은 번복될 수 없었다. ◇건드리지도 않았는데=박인비(22ㆍSK텔레콤)는 3월14일 일본여자프로골프 PRGR레이디스컵을 1타 차 1위로 마쳤지만 1번홀(파4) 2벌타를 받아 우승을 반납해야 했다. 50cm 정도의 퍼팅을 하기 위해 어드레스를 하려는 순간 볼이 후방으로 살짝 움직였기 때문. 경기위원회는 박인비가 연습 스트로크를 한 뒤 두 차례 퍼터헤드를 지면에 댔으며 이것이 볼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정했다. 규칙 18조는 ‘플레이어 또는 캐디가 볼을 움직이거나 움직이게 한 경우 1벌타를 받고 볼을 원래 자리에 놓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인비는 볼이 움직인 데 대한 1타, 그리고 리플레이스 하지 않은 것에 대한 1타 등 2벌타를 받았다. 이밖에 PGA투어 버라이즌헤리티지 대회 연장전에서는 브라이언 데이비스가 해저드 구역에서 백스윙 도중 말라죽은 갈대에 헤드가 닿은 사실을 자진 신고해 짐 퓨릭에게 우승을 넘긴 일이 있었다. 미셸 위(위성미)는 KIA클래식 마지막 라운드 도중 해저드 구역에서 헤드를 지면에 대면서(2벌타) 2위가 될 수 있었지만 9위로 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