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시험대 선 김한조 외환은행장

외환은행 맏형서 '조기 통합 조율사'로<br>8000명 후배 품고 갱생전도사 될까

지난 3월 외환은행 본점에서 열린 '김한조 은행장 취임식'에서 김정태(오른쪽)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서울경제DB

지난 3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수장을 전격 교체할 당시 하나와 외환은행 간 통합을 염두에 둔 용인술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리고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취임한 지 100여일 만인 이달 3일, 마치 거짓말처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조기통합론을 꺼냈다. 수익 악화를 명분으로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다. 당초 통합 예정일인 2017년 2월이 2년 6개월이나 남은 시점이었다. 이제 공은 김 행장에게 넘어왔다.

32년간 외환은행에서 일한 김 행장으로서는 상실감에 시달리는 후배들을 추스르는 한편 하나금융이 파견한 트로이의 목마가 돼 통합 반대 분위기를 누그러뜨려야 한다. 외환은행의 맏형에서 조기통합의 조율사로 변신해야 하는 셈이다.


김 행장은 8일 조기통합론에 첫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서면 메시지를 통해 "통합은 더 이상 미래 일이 아니라 현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라면서 "외환 가족의 불안감을 이해한다. 감정적 대응보다는 냉철한 이성으로 원-그룹이라는 현실과 통합논의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실 전임 윤용로 행장이 론스타 시절 잃어버렸던 외환은행의 영업력 회복과 양 은행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데 주력했다면 김 행장의 '통합'을 위해 자리에 앉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겉으로 드러난 분위기는 싸늘하다. 외환노조는 이날 "커다란 배신감을 느낀다. 그래도 선배라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는데 그마저 접게 됐다"며 전면 투쟁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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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다른 시각도 있다. "어차피 합치려면 지금부터 논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그간 두 은행은 정서적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방카슈랑스의 외환은행 판매, 카드 교차 판매, 공동 PB 행사 개최 등은 그 결과물들이다. 하나SK와 외환카드의 통합을 위한 당국의 예비인가도 얻었다. 제휴 스펙트럼도 다양화돼 공동상품만 해도 새희망홀씨대출과 월세론이라는 대출영역에서 오필승코리아적금·나이스샷골프적금 등 수신 영역으로 확대됐다.

김 행장은 우선 조기통합이 마찰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반대 급부' 마련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이 하나금융 안에서 소외되거나 홀대받는 일이 없도록 인사 등에 있어 안전장치를 최대한 얻어내야 한다. 실제로 상업과 한일 은행이 합쳐진 우리은행의 경우 아직도 임원 인사 등에 출신 안배가 작용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오는 11일 그룹 임원 회의를 갖는다. 저금리와 디지털 금융 확산에 따른 경영난 등에 대한 전반적 논의가 이뤄지겠지만 조기 통합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행장으로서는 후배들을 험난한 무대로 몰아넣을 '비련의 주인공'일지, 새로운 출발대에 서게 할 '갱생의 전도사'일지 진정한 시험대에 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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