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학생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 그렇게 떠들더니…" 시간만 질질… 학생들 뿔났다

시의회 여야 경쟁적으로 관련 조례 발의 외치더니 예산문제로 차일피일 미뤄<br>"추진의지 있나" 불만 높아


"추진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닐까요. 기대했던 우리가 잘못이죠." 서울지역 대학생의 학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가 추진하기로 했던 대학생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 조례 제정 작업이 예산 마련 문제로 계속 미뤄지면서 대학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당초 대출이자 지원에 소요될 예산에 대한 면밀한 예측 없이 시의회 여야가 경쟁적으로 관련 조례를 발의했고 시도 여기에 편승해 지원을 약속하면서 대학생들의 기대 심리만 부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3일 서울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재정경제위원회는 지난 8일 끝난 233회 임시회에서 대학생학자금 이자 지원 관련 조례 2건을 모두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보류했다. 6월 시의회 민주당 김희전 의원(민주당 안)과 한나라당 김정재 의원(한나라당 안) 등이 각각 대표 발의한 '서울시 대학생 학자금 이자지원 조례'가 지원 대상과 범위에서 차이가 나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재경위 소속 여야 시의원들은 이달 말 공청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한 뒤 10월 정례회 때 관련 조례를 통과시키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해당 조례의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대학생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5월 시의회에 학자금 이자지원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서울지역 대학 총학생회장단 모임을 주최했던 정현호 한양대 총학생회장은 "조례가 발의될 때만 해도 8월 정도면 통과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런 식으로 가다간 올해 내 통과도 어려운 것 아니냐"며 "비록 학자금 이자 지원이 작은 사안에 불과하더라도 학생들의 기대 심리만 키우고 유야무야되면 정치에 대한 불신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기대만 잔뜩 부풀려놓고 학자금 대출 이자지원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은 이미 조례 발의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시의회에 발의된 여야 조례안 모두 당시 반값 등록금 열풍에 휩싸여 가장 중요한 소요 예산 예측 및 재정지원 가능성 여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5월 시의회의 조례 발의에 앞서 지원 대상 기준도 마련하지 않고 학자금 이자 지원만 덜컥 약속해 대학생들의 기대 심리를 자극했다. 이 때문에 조례가 발의된 지 석 달이나 흘렀지만 이제야 실현 가능한 지원 대상과 범위를 놓고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한국장학재단의 2011학년도 1학기 학자금 대출 규모를 바탕으로 두 조례 안의 연간 이자지원 소요 예산을 추산해보면 연 4.9% 대출 금리를 적용할 경우 민주당 안은 오는 2012년 108억원, 2013년 216억원, 2014년 432억원, 2015년 864억원 등 총 1,620억원이 필요하다. 한나라당 안은 2012년 150억원, 2013년 300억원, 2014년 600억원, 2015년 1,200억원 등 총 2,250억원이 소요된다. 총 학자금 대출에서 일반상환학자금과 든든학자금이 차지하는 비율과 중앙정부의 지원 여부에 따라 소요 예산은 줄어들 수 있지만 적지 않은 돈임은 분명하다. 재경위도 조례안 검토 보고서에서 "최장 8학기 동안 이자지원으로 해마다 재정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며 "서울시의 재정여건과 학자금대출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지원 가능한 이자 지원의 범위와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대학 총학생회 관계자는 "시와 의회의 설익은 대책만 믿고 치솟는 등록금 부담을 다소나마 덜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학생들만 바보가 됐다"며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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