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향에 못가 아쉽지만 맡은 일에 보람 느끼죠"

[설 3,100만명 민족 대이동]<br>기상청·국립공원등 직원 연휴에도 일터에…


설 명절을 맞아 3,100만명이 귀성길에 오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느라 고향을 찾지 못하거나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1일 기상청 국가기상센터 총괄예보관실에서 근무하는 송수환(38)씨는 전북 익산이 고향이지만 올해도 설 귀성길에 오르지 못했다. 하루하루 기상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하는 기상청 직원에게 설 연휴의 즐거움은 사치나 마찬가지다. 형제가 2남2녀로 모두 고향에 있는 그는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근무가 잡혀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고 기상센터에서 설을 보내야 한다. 송씨는 "근무 특성상 고향에 있는 어머니와 형제들을 제때 찾아뵙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크다"며 "최근 몇년간 설 연휴에 날씨가 좋지 않아 업무 긴장도가 높지만 정확한 기상예보를 위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재정(52) 아시아나항공 기장도 설 연휴 내내 해외에서 보내야 한다. 2일 OZ587편에 수출화물을 싣고 뉴욕으로 갔다가 브뤼셀을 거쳐 오는 8일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항공기 기장으로서 어쩔 수 없는 숙명이지만 그래도 명절이 명절 같지 않은 기분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에게 올 설 연휴는 또 다르다. 조씨는 "뉴욕에서 딸들이 공부하고 있는데 마침 스케줄이 맞아 저녁도 먹고 영화도 같이 보기로 했다"면서 "짧은 만남이 아쉽겠지만 날로 성장하는 우리 항공화물 물류업계에 일조하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연휴에 놀러 가는 사람을 대하는 기분도 남다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 근무하는 김기찬(34)씨는 설 당일에도 사무실을 지킨다. 김씨는 연휴기간에 국립공원을 찾는 분들이 많은 만큼 직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근무한다며 물론 가족들과 함께 차례를 지내는 등 오붓하게 보내지 못해 가족들도 서운하거나 아쉬워하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설을 보낼 곳이 가까워도 일부러 피하는 경우도 있다. 전역 후 학교 도서관에서 취업을 위해 영어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대학생 최선우(27)씨는 "친척집이 서울이기는 하지만 친척 어른 얼굴 보기도 불편해 그냥 학교에 있기로 했다" 고 말했다. 그는 "'취직은 했냐, 어디 갈 거냐'고 물어보는 어른들의 말에 상처를 많이 받는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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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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