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경부축 아파트값 공식 깨졌다 서울과 거리보다 기반시설이 가격 좌우

서울 근접 용인 죽전·마북 3억원대 초반 주저앉고<br>더 멀리 떨어진 광교·동탄 4억원대 후반으로 강세<br>광교 등 탄탄한 교통망에 배후 기업 삼성·LG 효과 커<br>경기침체에도 가격 안꺾여



용인 마북동에 84㎡(이하 전용면적) 아파트를 보유한 최모(42)씨는 요즘 집값만 바라보고 있자니 한숨만 나온다. 한때 분당 못지않던 시세가 떨어질 대로 떨어져 3억원 초반까지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더욱 답답한 것은 그 돈으로는 서울에서 훨씬 멀리 떨어진 2기 신도시 아파트로 갈아타기가 언감생심이라는 점이다.

서울과의 거리가 가격을 결정하던 경부축 아파트값 공식이 깨졌다. 지난 2006년까지만 해도 서울 접근성을 내세워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분당 주변의 용인 죽전ㆍ마북동 일대 아파트들이 강남권에서 훨씬 멀리 떨어진 광교ㆍ동탄 등 2기 신도시에 추월당했다.


9일 국토해양부와 일선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최근 수지지구와 죽전ㆍ마북ㆍ상현동 등 분당 주변 84㎡ 아파트 가격은 대부분 3억원대 초반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심지어 일부 단지는 3억원 아래에도 시세가 형성되는 등 3.3㎡당 1,000만원선이 붕괴된 곳도 속출하고 있다.

반면 이보다 많게는 10㎞ 이상 서울에서 먼 수원 광교, 화성 동탄 등 2기 신도시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별다른 하락세 없이 높게는 4억원대 후반의 시세를 형성하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입주를 시작한 광교신도시 이던하우스 84㎡는 최근 최고 4억6,500만원에서 실거래가 이뤄졌으며 호반베르디움 같은 평형도 4억7,0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거리가 더 먼 화성 동탄신도시 역시 시범단지를 중심으로 4억~4억4,000만원선의 시세를 이루고 있다.

서울 강남권과의 거리가 멀수록 집값이 싸진다는 경부축 집값 공식이 무너진 것은 분당 주변 준농림지에 들어선 아파트 가격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속절없이 하락한 반면 2기 신도시는 큰 폭의 변동 없이 시세를 지켰기 때문이다.

실제로 용인 죽전동 H아파트 84㎡의 경우 집값이 정점을 찍었던 2006년 말에는 6억원을 호가했지만 현재 3억9,000만원선까지 내려앉았다. 마북동 L아파트 84㎡형 역시 같은 기간 1억원 이상 집값이 떨어져 현재 시세가 3억2,000만원선에 머물고 있다. 반면 동탄신도시 S아파트 84㎡는 입주 초 3억6,000만원이던 시세가 현재 4억2,500만원으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의 양지영 팀장은 "신도시 집값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세를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경부축 집값 역전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부축의 집값 역전현상은 단순히 서울 강남권과의 물리적 거리 못지않게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대규모 신도시들이 고속도로ㆍ전철ㆍ광역급행버스 체계 등 교통망 확충, 탄탄한 배후 기업에 힘입어 수요층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광교신도시다. 용인 수지ㆍ상현ㆍ마북동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리는 멀지만 경부고속도로는 물론 영동, 용인~서울 등 3개 고속도로의 접점에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신분당선 연장선 개통까지 예정돼 있다.


이 지역 G공인 관계자는 "분양가가 4억3,500만원이었던 호반베르디움만 해도 현재 웃돈이 3,000만원이나 붙어 있다"며 "아직 입주 초기여서 다소 불편하지만 입주가 마무리되고 기반시설이 갖춰지면 가치는 더욱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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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동탄신도시 역시 광역교통망 구축에 탄탄한 기업 배후 수요가 집값 강세의 배경이 되고 있다.

동탄지구 반송동 K공인 관계자는 "거리상으로 보면 동탄신도시보다 용인이 더 가깝겠지만 서울 강남역까지 40분 정도가 소요되는 것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며 "오히려 주변 삼성전자나 LG전자 때문에 전세는 물론 매매 수요도 많아 경기침체에도 좀처럼 집값이 꺾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분당신도시 남쪽에 들어서 있는 기존 아파트의 경우 무분별한 난개발이 가치 하락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IMF 체제 이후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이뤄진 준농림지 개발 허용 후 마구잡이로 지어진 아파트들은 막상 이를 뒷받침할 기반시설 부족으로 10여년이 지난 지금 수요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용인 일대는 난개발의 대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며 "조성 당시 산을 깎은 공간이나 준농림지 위에 무분별하게 지어 공급이 이뤄진 곳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용인권 아파트 약세는 베이비부머의 은퇴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대형 위주의 단지가 대부분인데다 실수요보다는 투자 목적의 가수요가 많았던 탓에 경기침체로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채훈식 부동산1번지 실장은 "아파트 가격이 상승을 이루려면 인구유출이 없고 배후 수요가 탄탄한 자족형 도시가 돼야 한다"며 "용인은 서울에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인접한 곳에 신도시가 생기면 인력이동이 일어나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때 강남 접근성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던 용인 일대 아파트는 대규모 광역교통망 확충으로 오히려 이 같은 장점이 희석되면서 탄탄한 기반시설을 갖춘 외곽 신도시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과의 거리가 경부 라인 집값을 결정한다는 말은 이미 구문이 돼버린 지 오래다. 거리가 다소 멀더라도 신분당선이나 광역급행버스 등 교통망이 잘 갖춰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오히려 산업단지 등 탄탄한 배후 수요를 보유한 신도시가 수요자들에게 각광을 받는 것이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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